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비의 뜨개질 - 길상호

moon향 2014. 8. 10. 20:18

 

 

비의 뜨개질 - 길상호

 

 

너는 비를 가지고 뜨개질을 한다.

중간 중간 바람을 날실로 넣어 짠

비의 목도리가, 밤이 지나면

저 거리에 길게 펼쳐질 것이다.

엉킨 구름을 풀어 만들어내는

비의 가닥들은 너무나 차가워서

목도리를 두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거리 귀퉁이에서 잠들었던 여자가

새벽녘 딱딱하게 굳은 몸에

그 목도리를 두르고 떠났다던가,

버려진 개들이 물어뜯어

울이 터진 목도리를 보았다던가,

가끔 소문이 들려오지만

확실한 건 없다,

비의 뜨개질이 시작되는 너의 손은

무척이나 따뜻하다는 것 말고,

빗줄기가 뜨거운 네 눈물이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밝혀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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