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뜨개질 - 길상호
너는 비를 가지고 뜨개질을 한다.
중간 중간 바람을 날실로 넣어 짠
비의 목도리가, 밤이 지나면
저 거리에 길게 펼쳐질 것이다.
엉킨 구름을 풀어 만들어내는
비의 가닥들은 너무나 차가워서
목도리를 두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거리 귀퉁이에서 잠들었던 여자가
새벽녘 딱딱하게 굳은 몸에
그 목도리를 두르고 떠났다던가,
버려진 개들이 물어뜯어
울이 터진 목도리를 보았다던가,
가끔 소문이 들려오지만
확실한 건 없다,
비의 뜨개질이 시작되는 너의 손은
무척이나 따뜻하다는 것 말고,
빗줄기가 뜨거운 네 눈물이었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밝혀진 바 없다.
'詩 詩 詩.....♡ > 눈 비 봄 길 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밥말이 골목, 수도꼭지 장례식 - 최일걸 (0) | 2014.08.23 |
---|---|
섬 - 복효근 (0) | 2014.08.18 |
비의 집 - 박제천 (0) | 2014.07.21 |
산길에서 - 이성부 (0) | 2014.07.15 |
접촉사고 - 강연호 (0) | 2014.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