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집 - 박제천
아마, 거기가 눈잣나무 숲이었지
비가, 연한 녹색의 비가 눈잣나무에 내렸어
아니, 눈잣나무가 비에게 내려도 좋다는 것 같았어
그래, 눈잣나무 몸피를 부드럽게 부드럽게 씻겨주는 것 같았어
아마, 병든 아내의 등을 밀던 내 손길도 그랬었지
힘을, 주어서도 안 되고…
그저, 가벼히 껴안는 것처럼 눈잣나무에 내리는 비
그리, 자늑자늑 젖어드는 평화
아마, 눈잣나무도 어디 아픈 거야
문득, 지금은 곁에 없는 병든 아내가
혼자, 눈잣나무 되어 비를 맞는 것으로 보였어
그만, 나도 비에 젖으며 그렇게
그냥, 가벼히 떨리는 듯한 눈잣나무에 기대어 있었어
- 박제천 제11시집 <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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