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에게 고향 학림리는 아픔과 그리움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삶 깊숙이 관여한 채 몸을 조여오는 학림리는 그에게 기피의 대상이었다. 학림리가 그에게 던져준 것은 상처였다. 군대를 다녀온 직후 생목숨을 던져버린 동생이 그렇고, 7년 동안이나 방구들에서 병을 앓다 간 생모의 죽음 또한 딛고 일어서기 힘든 상처였다.
송수권에게 돌아보기 힘든 시절은 학림리에서 수박농사를 짓던 때이다. 교직을 그만두고 방황하던 서울에서 어린 아이를 들쳐업고 자신을 찾아 나선 아내를 만났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학림리에서 흙 파먹고 살았던 시절, 그는 동생의 죽음이 던진 충격에서 쉬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등단작 ‘산문에 기대어'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산문에 기대어'는 죽은 남동생에 대한 제의로 씌어진 작품이다. ‘산문'은 삶과 죽음의 경계의 문이다. 학림리 산 중턱에 자리잡은 동생의 무덤은 고향 마을을 굽어보고 있었다. 그는 “고향 산허리에 누워있으니 동생은 죽어서 더 편안할 것이다”고 했다.
죽창으로 살아오는 대숲 바람소리 송수권은 그 땅에서 자라며 농촌의 정서에 자연스럽게 물들었다. <밝은 햇빛 떨어진 황토길/통나무 같은 지렁이 한 마리가 고딕체로 넘어져 있다/농사는 갈수록 힘들고/경제 대국은 어려워요/소와 마부가 깍깍 한낮의 정적을 씹어놓고 갔을/두 줄의 선명한 수레 발자국> (「環村5」 부분) <머리에 흰 수건 쓰고 죽창을 간 큰 아이들, 황토현을 넘어가던//남도의 마을마다 질펀히 깔리는 대숲 바람소리 속에는/흰 연기 자욱한 모닥불 끄으름내, 몽당빗자루도 개터럭도 보리숭년도 땡볕도 타는 내음…> (「대숲 바람소리」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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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라도닷컴 http://blog.daum.net/bom129/5554922 블로그/뜰에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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