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가 집필한 ‘나의 서양사 편력(푸른역사·전2권·각권 1만5,000원)’는 서양사를 99개의 조각 글로 나눠 이야기하는 책이다. 공부하고 탐구하듯 서양의 역사를 넓고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짧게 끊어 읽을 수 있도록 한 점에서 부담스럽지 않다. 저자는 우리의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 될 만한 서양사의 94개 장면을 모아 고대와 중세, 현대의 시대순으로 보기 쉽게 구성했다. 여기에 오랜 기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주제인 존 밀턴에 관한 5편의 글을 한데 모아 별도로 편성했다.
그렇다면, 무기력해진 대한민국의 의식을 깨울 서양사 명장면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권력 중의 권력이자, 왕위계승서열 1위인(찰스 2세의 뒤를 이어 제임스 1세로 즉위)인 왕의 동생에게 ‘나의 실명이 하늘의 벌이라면, 당신 아버지는 얼마나 큰 천벌을 받았기에 처형장에서 목이 잘렸겠느냐’고 반문했던, 권력 앞에 굴종하지 않고 당당했던 17세기 영국의 시인 존 밀턴의 기개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정치판과는 확연히 비교된다.
르네상스 시대 로마인들은 ‘새로운 로마’ 건설에 나섰다. 그들은 ‘새로운 로마’를 만들기 위해 로마 시에 있던 오래된 건축물에서 기둥 등을 가져다가 몇 군데 고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는 ‘옛 로마’의 파괴였다.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사라져 버린 역사를 두 눈으로 똑똑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초 ‘새로운 서울’을 만든다면서 스스로 ‘옛 서울’을 불도저로 밀어버린 대한민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역사 읽기는 낯선 시공간을 거니는 즐거운 여행길과 같다. 역사는 암기과목이 아닌, 역사의 본질은 변화임을 깨닫게 해줄 이야기들. 익숙한 공간을 떠나 낯선 풍광을 접할 기회를 주는터라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주 출생으로 우석대 역사교육과에서 서양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냈다. 역사·문학·종교의 학제적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17세기 영국의 청신도 시인이자 혁명가인 존 밀턴의 대표 산문 ‘아레오파키티카’연구로 문학박사 학위(경희대)를 받았다. 그 후 박사논문에 완역과 주석을 덧붙여 ‘언론자유의 경전 아레오파기티카’(1999)를 출간했고, 밀턴 탄생 400주년을 맞아 ‘밀턴 평전:불굴의 이상주의자’(2008)를 펴냈다. 번역을 통한 한글 콘텐츠 확충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몰이해가 한국의 앞날에 걸림돌이 되리라는 암울한 전망과 대안을 담은 ‘번역을 반역인가’(2006)로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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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역사 & 문학 & 종교 & 사진
글쓴이 : 박상익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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