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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 문학의 오롯한 봉우리, 작가 정채봉

moon향 2014. 4. 29. 13:57
한국 문학의 오롯한 봉우리, 작가 정채봉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너무나 흔하게 회자되는 아포리아가 있다. 우리가 정채
봉의 삶과 문학을 이야기할 때도 이 아포리아는 너무나 적실하게 적용된다. 정채봉. 그 이름을 가졌던 육신은 사라졌지만 그 육신에 잠시 깃들었던 영혼은 아직도 많은 독자의 가슴 속에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그러므로 정채봉이라는 이름은 뚜렷하게 살아 있는 이름이다. 우리는 그 이름을,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으로부터 받은 감동과 함께 떠올린다. 그는 이생에 사는 동안 맑디맑은 순수의 힘으로 동시와 동화와 소설을 썼다. 소처럼 커다란 눈망울은 늘 자신이 발견한 삶의 순수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자분자분한 걸음걸이와 말투에서는 늘 자기 자신을 낮추는 겸양이 드러났다. 그가 많은 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것은 어쩌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2006년 올해는 작가 정채봉이 평생 소년의 마음으로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살다. 2001년 1월 9일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난 지 5년이 되는 해이다. 정채봉은 우리에게 동화 작가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가 남긴 작품은 동화라는 제한적이고 규정적인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는 놀라운 창작열로 소설과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작품을 남겼고, 이들 작품은 하나같이 유례를 찾기 힘든 문학적 향취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또한 한국 문학사에서 ‘성인 동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동화의 독자를 어린이들로 한정하지 않고 성인들로 확장했다. 사실 동화 속에 담긴 메시지, 즉 순수의 회복이라는 주제가 겨냥해야 하는 이들은 어린이가 아니라 성인들이다. 정채봉은 각박하고 흉흉한 세상살이를 겪는 동안 사람들은 애초에 지녔던 동심의 순수한 영혼을 잃고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글로써 이들의 박토처럼 메마른 영혼을 어루만져 주고 위로하고 싶었다. 그래서 쓰게 된 것이 바로 ‘성인 동화’이다.

정채봉의 생각처럼, 어른들은 성인 동화를 읽으면서 비로소 자신들의 망실된 동심과 순수를 깨닫고 자신을 성찰하고 수굿한 위안을 받게 되었다. 정채봉 작품의 특징은 그 특유의 단아한 단어와 문체, 감수성에 있다.

그의 작품은 그 어떤 것을 들추더라도 장르에 관계없이 ‘맑고 투명하다’라는 평가를 듣곤 했다. 이런 그의 특색은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하는 동화》(전 7권에서 5권으로 개정 예정)시리즈나, 대표적 장편 동화인 《오세암》 등에서 여실하게 드러난다. 소설가 조정래는 정채봉을 일컬어 ‘그 누구도 따르기 어렵게 뛰어난 작품을 쓰는 탁월한 작가’이며 그의 문장들을 ‘아름다움을 넘어선 샛별처럼 빛나는 보석’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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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월간<샘터>.샘터 책.샘터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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