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시 같은 문장이라......
< 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 시집 서문
나는 작은 성을 가지길 원했다.
돌로 쌓은 성이 아니라 꽃으로 둘러싼 성을,
진달래와 해바라기와 접시꽃과 코스모스 같은
키 큰 꽃나무 사이 사이로 제비꽃이며
민들레며 채송화 금잔화가 촘촘히 들어서고
나팔꽃과 메꽃이 다른 꽃나무를 타고 올라가
사이좋게 꽃을 피우는 그런 아름다운 성을 바랐었다.
그러나 이제 이만큼 와서 돌아보니
꽃보다도 잡초가 더 무성하고
눈물 묻은 조약돌과 더러는 피가 묻은 사금파리도 보이는
내 작은 성이 되어 가고 있다.
허물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동안의 내 발자국인 것을 어떡하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미완성인 내 작은 성의 빗장을 연다.
2000년 6월
정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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