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살아있는 날은 - 이해인

moon향 2013. 12. 21. 11:17

    

살아있는 날은

 

 

                                            - 이 해 인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깍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도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깍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있는 연필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말로
     당신이 원하시는 글을 쓰겠습니다

 

     정결한 몸짓으로
     일어나는 향내처럼
     당신을 위하여 소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