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열차
그저 주머니 담배 한 갑이면 좋다.
가고 오고 왕복 기찻삯에다
출출하면 사먹을 한 그릇 국수값이면 족하다.
거칠 것 없이 가난한 몸을 싣고
겨우내 웃자란 볼그라진 생각들일랑
봄바람에 훌훌 털어 떠날 일이다.
창쪽 자리면 더욱 좋다.
달려드는 산이며 물이며 들길 따라
오므라든 숨구멍을 마음껏 벌름대렷다.
따스한 햇살에 졸음이라도 내려
차창을 베개 삼아 꾸벅꾸벅한들
누구 하나 뭐랄 사람도 없잖나.
고개 들어 휙 하니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가 낯익은 말투, 옷차림, 얼굴 표정들.
덥석 손이라도 잡아끌고 싶어진다.
고향으로 가는 열차 안에는 벌써
고향 마을 흙냄새며 고향 사람 살냄새가
흐드러진 들꽃처럼 피어오른다.
- <밥격> 윤중목 시집(http://blog.daum.net/yjmoonshot/4239)
객지에 나와 사는 사람들은 고향이란 말만 들어도 마음이 설레겠다.
지난 사흘 연휴 동안 고향 부모님댁을 찾은 이들이 많겠지.
따스한 품을 향해, 가난한 몸을 창쪽 자리에 싣고
겨우내 웃자란 생각들일랑 훌훌 털고 싶은 봄이다.
(이번엔 흥분된 마음으로 '녹음 열차'를 탔다
)
★5월 8일, 딸이 만든 수제컵과 아들이 산 소품을 받았다. 나도 어버이라니......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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