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1
저는 시방 꼭 텡 비인 항아리 같기도 하고,
또 텡 비인 들녘 같기도 하옵니다.
하눌이여 한동안 더 모진 광풍을 제 안에 두시던지, 날르는 몇 마리의 나비를 두시던지,
반쯤 물이 담긴 도가니와 같이 하시던지 마음대로 하소서.
시방 제 속은 꼭 많은 꽃과 향기들이 담겼다가 비여진 항아리와 같습니다.
http://www.ytn.co.kr/_ln/0106_201803300942378566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40억 원에 낙찰된
김환기 작가의 구상 작품 '항아리와 시(1954)'이다.
왼쪽에는 항아리 그림을 그리고
오른쪽에는 서정주의 '기도1'을 써놓은 것이다.
시적 화자의 마음은 텅 빈 항아리 같고,
텅 빈 들녘 같기도 하단다.
더 모진 바람을 불어넣으시든지
몇 마리 나비를 날게 하시든지
반쯤 물이 담긴 도가니처럼 하시든지
마음대로 하시라고 하늘님께 빌고 있다.
어제 오늘 이틀 동안
하늘은 뿌옇고 비가 주룩 내리는데,
나도 하늘님께 빈다.
우리 아버지 잘 좀 봐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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