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길은,
대지로 여울지는 하나의 기억.
이쪽과 저쪽을 사이하고
오늘과 내일을 이어
먼 강안江岸에서 서로 손을 흔들며
부르는 염원의 자세.
해연처럼 깃발이 펄럭이던
그 푸른 의미의 하늘이 나직이 내려와 있고
조금은 가뿐한 몸매로의
꽃, 꽃들도 피어 있는
길은,
하나의 모성으로 무수한 씨앗들을 보듬어
언젠가는 그 푸른 엽록소들로 발아할 계절의 기약.
가장 깊은 안에서부터
물결처럼 흔들려 와 스스로 소망을 여는
그것은, 가뭇한 기억 속의 미소여.
조용한 일정,
그 청명한 바람 한 점 내 옷자락을 불어가듯
돌아다보면 아득한 원경 속에
나를 스쳐갔을 무수한 인연들.
길은,
대지로 여울지는 하나의 기억.
문
기별을 받고,
돌아가는 목숨처럼
경건히, 경건히 손을 모으면
아, 저리도 푸른 하늘가.
내 마음의 사리는 어디
고운 한 송이 꽃이나 되어 피어 있는가.
잔잔히 설레어 오는 바람결에
단 한 번 이승에서 울고 싶은 서언한 마음.
어느 때는
참 많이도 기뻤고, 또 서럽던
이제 세상의 곳곳마다에
저리 목 틔어 오는 화안한 음성.
이제사 알겠네.
꽃들이 피던 자리나, 나무가 푸르던 자리에
한 겹 상보床褓를 베끼고 나면
다 저승의 문인 것을,
- 이경록(1948~1977) http://cafe.daum.net/lshpoem/3lc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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