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길, 문 - 이경록

moon향 2014. 9. 12. 18:36





  길은,
  대지로 여울지는 하나의 기억.
  
  이쪽과 저쪽을 사이하고
  오늘과 내일을 이어
  먼 강안江岸에서 서로 손을 흔들며
  부르는 염원의 자세.

  해연처럼 깃발이 펄럭이던
  그 푸른 의미의 하늘이 나직이 내려와 있고
  조금은 가뿐한 몸매로의
  꽃, 꽃들도 피어 있는
  
  길은,
  하나의 모성으로 무수한 씨앗들을 보듬어
  언젠가는 그 푸른 엽록소들로 발아할 계절의 기약.

  가장 깊은 안에서부터
  물결처럼 흔들려 와 스스로 소망을 여는
  그것은, 가뭇한 기억 속의 미소여.

  조용한 일정,
  그 청명한 바람 한 점 내 옷자락을 불어가듯
  돌아다보면 아득한 원경 속에
  나를 스쳐갔을 무수한 인연들.

  길은,
  대지로 여울지는 하나의 기억.



  문


  기별을 받고,
  돌아가는 목숨처럼
  경건히, 경건히 손을 모으면
  아, 저리도 푸른 하늘가.

  내 마음의 사리는 어디
  고운 한 송이 꽃이나 되어 피어 있는가.
  잔잔히 설레어 오는 바람결에
  단 한 번 이승에서 울고 싶은 서언한 마음.

  어느 때는
  참 많이도 기뻤고, 또 서럽던
  이제 세상의 곳곳마다에
  저리 목 틔어 오는 화안한 음성.

  이제사 알겠네.
  꽃들이 피던 자리나, 나무가 푸르던 자리에
  한 겹 상보床褓를 베끼고 나면
  다 저승의 문인 것을,

 

 

 

- 이경록(1948~1977) http://cafe.daum.net/lshpoem/3lc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