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령왕의 금제관식 - 문효치
님은
불 속에 들어 앉아 계시다.
심지를 돋궈
삼계를 골고루 밝히며
한 송이 영혼으로 타고 있는 순금.
백제 장인의 손톱자국이
살아서 꾸물꾸물 움직여
바로 내 앞을 지나며 다시 먼먼
유계의 나라에까지 이르노니
당신의 머리 위에 얹히어 타던 불,
천하를 압도하던 위엄어린 음성이
저 불꽃의
널름대는 혓바닥 갈피갈피에 스며있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반쯤은 미쳐 있는 나
이제 불길은
길 잃은 백성을 골라 비추시라.
찰랑찰랑
마법의 방울소리를 내며
인간의 마른 덤불에 댕겨붙는 불.
님이여,
당신은 이 불속에 들어앉아 계시다.
무령왕의 목관 - 문효치
그렇지, 님을 실어 저승으로 저어가던 한 척의 배가 세월의 골깊은 앙금에 익어 지금 여기에
머무르다. 이별을 서러워하던 혈육의 눈물이 아직도 마르지 않은 채 쉬임없이 들려오는 창생의
울음소리, 짭짜름한 저승의 바람냄새가 잡혀와, 그렇지, 우리가 또 빈 손으로 타고서 아스름한
바다를 가르며 저어가야 될 한 척의 배가 여기에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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