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내 살 속에 - 문효치

moon향 2015. 10. 21. 17:53

  내 살 속에

 

                              - 문

 

 

   내 살 속에

   고향의 대추나무 옮겨 심어 놓은 지 오래다

   해마다 대추꽃이 피고

   대추가 열리는데

   이놈이 빨갛게 익을 때 보면

   해내 뜰 하늘 위에 뜨던 별이다

 

   그 옛날 밤길을 가다 보면

   그 별이 늘 나를 따라다니기는 했지만

   몇 십 년이 지난 여기 서울에까지 따라 다닐 줄은 몰랐다

   이어서

   감나무나 은행나무도 모두

   내 살 속에 여기저기 옮겨 놓았더니

   아, 그놈들도 똑같이 내내 뜰 하늘 위의

   그 별들을 몽땅 가져와서 매달고 있는 것이다

   가을만 되면

   그래, 내 살이 얼얼하고 후끈후끈하는 것이다.

 

 

 

 

 가을이면 떠오르는 시들이 많지만, 문효치 시인의 시 한 편이 더욱 그리하다. 1943년 군산 출신으로 동국대학교와 고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다. 1966년 한국일보와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시집으로 <무령왕릉의 나무새>, <남내리 엽서>, <계백의 칼>, <백제시> 등 10여권과 산문집으로 <식 있는 길>등 3 권이 있다. 그는 현재 미네르바』발행인 겸 주간이다. 대추나무에서 얼얼하고 후끈후끈한 가을을 발견하다니...... 사색의 계절이라 시인들의 가을 시향이 풍성한지도 모른다. 윤동주 시인의 시로 생각했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은 <좋은 생각>을 발행하는 정용철 님의 글(1995년 9월호)이 인터넷에 잘못 퍼진 것이라고 해서 너무 놀랐다ㅠㅠ 나는 문 시인의 '무령왕의 금제관식'과 '무령왕의 목관'이라는 시도 참 좋아한다. 노란 은행잎이 떨어지면 공광규 시인의 '별 닦는 나무'를 읖조리게 될 것 같다. 시를 쓸 때 궁서체로 쓰면 왠지 멋지게 보인다. 서예를 잘할 자신은 없지만.^^;;

 

Monde D' Amour / Jean Michel Caradec http://www.kns.tv/news/articleView.html?idxno=18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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