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로 좋다
노을에 물든 서쪽을 보다 든다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든다는 말이
진실로 좋다 진실한 사람이 좋은 것처럼
좋다 눈으로 든다는 말보다 마음으로
든다는 말이 좋고 단풍 든다는 말이
시퍼런 진실이란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노을에 물든 것처럼 좋다
오래된 나무를 보다 진실이란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요즘 들어 진실이란
말이 진실로 좋다 정이 든다는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진실을 안다는 말보다 진실하게
산다는 말이 좋고 절망해봐야 진실한 삶을
안다는 말이 산에 든다는 말이 좋은 것처럼
좋다 나무그늘에 든 것처럼 좋다
나는 세상에 든 것이 좋아
진실을 무릎 위에 길게 뉘었다
- 시집『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창비, 2011)
천 시인의 '진실로 좋다'를 읽다 보면 마치 노을이 물든 들판에 우두커니 서서 그녀의 낭랑한 육성을 듣는 듯하다. 그녀는 1942년 부산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정원 한때'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그 사람의 손을 보면'이라는 시에서 그녀는 구두 닦는 사람의 손을 보면 검은 것에서도 빛이 난다고, 창문 닦는 사람을 보면 비누거품 속에서도 빛이 난다고, 청소하는 사람을 보면 쓰레기 속에서도 빛이 난다고 하였다. 흰 것만이 빛나는 게 아니라고 맑은 것만이 빛나는 게 아니라고 깨끗한 것만이 빛나는 게 아니라고 한 천양희. 우리에게 진실로 눈에 들고 마음에 드는 친구는 몇이나 될까? 진실로 철이 들고 속이 든 자식은 몇이나 될까? 진실이라는 단어가 너무 너덜너덜한 세상 아닌가? 진실을 안다는 말보다 진실하게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절망해봐야 진실한 삶을 안다는 말에 위로를 받게 된다. 나무그늘에 든 것처럼 편안해진다. 등단 50년을 맞은 그녀의 시는 푸른 순과 붉은 꽃과 맛난 열매와 단단한 가지를 내어준 나무의 질감처럼 소박하고 매끄럽다. 좋은 시를 쓰려면 좋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나는 세상에 든 것이 좋아 진실을 무릎에 길게 뉘었다'처럼 그녀는 무엇에 든 것을 향하여 갔고, 그것을 가까이 함으로 물들었을 테다. 그녀의 시가 정말 마음에 든다. - moon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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