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최근에 나는 - 이수명

moon향 2015. 10. 9. 14:15

최근에 나는

 

 

 이수명

 

 

 

   최근에 나는 최근 사람이다. 점점 더 최근이다. 최근에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사람들 앞을 지나갔다. 어디서 오는 길이지요 묻는 사람은 최근에 본 사

람이고 펄럭이는 플래카드 텅 빈 플래카드에는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나는 펄럭이는 깃발 아래 펄럭이는 그림자를 최근에 본 사람이고 그 펄럭이는

것이 신기하게도 구겨지지 않고 계속 펄럭이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하여 나

는 구겨지지 않는 사람들 앞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혹은 구겨진 신체를 계속 펴

는 사람들이었는지도 알 수는 없었는데 아무런 기분이 들지 않았다. 다만 펄럭

이는 것이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으려 펄럭이는 것이 가로지르고 있는 최근을

따라 걸어가는 것이었다. 수시로 아침이 오려 하는 거리를 신체를 펴고 걸어가

는 것이었다. 최근은 편안한 것이었다. 수시로 최근의 사실들이 모여들었다. 조

금 더 최근의 일이예요 말하는 사람을 거기서 나는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015『현대시학』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