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동 시 ♬ 좋 아

메리 크리스마스 - 곽해룡

moon향 2015. 12. 22. 13:41

 

 

 

메리 크리스마스 - 곽해룡

 

펑펑 눈 내리던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산타 할아버지가 정말 있다고 믿는

나영이네 집에 도둑이 들었다

 

엄마 아빠가 없는 것처럼

산타도 하느님도 사람들이 다 지어낸 거라고

나영이를 울려서 재운 할머니와

잠든 척 눈을 감고 있다가

할머니 몰래 일어나 현관문을 열어 놓은 나영이가

쌔근쌔근 잠든 틈을 도둑은 놓치지 않았다

 

살금살금 부엌으로 간 도둑은 쌀독을 슬며시 열고

독안에 가득 찬 공기를 들여다보았다

쌀 냄새가 잘 밴 공기를 보자 도둑은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가슴이 콱 막혔다

 

공기는 바가지로 훔칠 수 없어서

도둑은 가지고 온 쌀자루를 풀어

독 안에 부었다

쌀을 부어 넣자 잘 익은 공기가 몽땅

독 밖으로 밀려 나왔다

 

자루 가득 공기를 훔친 도둑은

조심조심 나영이네 집을 빠져나왔으나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

컹컹 개 짖는 소리처럼 쫓아왔다

 

도둑하고 한 패인 하느님이

하얀가루를 마구 뿌려

발자국들을 덮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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