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동 시 ♬ 좋 아

내가 있어서 - 김미라

moon향 2015. 12. 27. 15:59

내가 있어서 / 김미라


흔들어주고
속삭여주고
간질여주고

그런
바람이 없으면
나무가 얼마나 재미없겠니

달려가고
넘어지고
올라가고

그런 바람 재울 날 없는
내가 있어서
우리 엄마
얼마나 재미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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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동시로서 원형질적 발견 잘 형상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동시는 동심을 바탕으로 그 위에 세워진 시이다. 따라서 아무리 동심의 눈으로 포착해낸 것이라 하더라도 시가 되지 않으면 동시라 할 수 없고, 또한 훌륭한 시가 되었다 하더라도 동심을 근거로 하지 않으면 동시라 할 수 없다.
말하자면 동시는 어디까지나 아동의 눈이라는 한정된 창(窓)을 통해 발견해낸 새로운 해석, 곧 시여야 한다. 그리하여 전혀 새로운 해석과 울림을 함께 갖췄을 때 좋은 동시라 할 것이다. 동시의 요건을 제대로 갖춘 작품은 많이 눈에 띄지 않았다. 대부분이 쉬운 언어의 안일한 나열, 통념적 발상의 해석, 울림이 없이 손 끝에서만 만들어진 기교 등이 식상하게 했다.

그런 가운데 마지막 선에 오른 작품은 김정숙의 ‘달맞이 꽃’, 이순주의 ‘수업’, 김금래의 ‘사과의 문’, 김미라의 ‘내가 있어서’ 등이었다.
‘달맞이꽃’은 짜임새가 너무 풀어져 있고 안일한 발상이어서 맨 먼저 제외시켰고, ‘사과의 문’은 반으로 갈라진 책상의 금을 뛰어넘어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사과의 발상이 참신하기는 하나 동시로서보다는 시에 더 가까운 것이어서 제외시켰다.
결국 ‘내가 있어서’와 ‘수업’이 남아 마지막까지 겨루게 되었는데, 둘 다 간결미와 단순미를 기본 구조로 해 동시로서의 원형질적 발견이 잘 형상화되고 있었다. ‘바람과 나무-나와 엄마’의 비유가 매우 적절한 ‘내가 있어서’, 그리고 ‘글자를 배우는 아이들과 따라서 입을 여는 백목련’의 ‘수업’을 놓고 여러 번 번갈아 읽다가 따뜻한 모자의 이야기가 담긴 ‘내가 있어서’를 당선작으로 뽑게 되었다. 김미라씨의 앞으로의 큰 걸음을 기대한다.

전원범 /광주교육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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