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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별자리

moon향 2015. 9. 2. 14:25

별자리

 

                 권 상 진

 

 

1

 

고향집 어귀 삐뚜름한 복숭아밭에 

붉고 선명한 별자리가 내려앉았다

밤하늘의 한 끝을 힘껏 당겨서 

대문 앞 삽자루에 묶어 놓았는지

별들의 간격 사이에 향기가 팽팽하다

 

실직 이후 섭섭게 팔려간 저 밭뙈기가

가난한 식구들의 몇 계절을 일구는 동안

아버지는 반듯한 밭 하나를 가슴에 품었다

 

‘복숭아나무를 심을란다, 어메가 참 좋아하셨지’

 

흙도 한 줌 없는 마음밭에는 올해도

헛꽃만 피었다 지고 있었다

 

2

 

모깃불 연기가 구수한 밤 이었다 

할머니는 평상에 누워 거문고자리 돌고래자리를

손가락 그림으로 그려주었고 할머니 옆구리에

기대앉은 나는 소쿠리 가득한 복숭아를 꺼내 

공중에 그려놓은 별자리를 본뜨는 여름 이었다

 

아들 보다 자주 본다는 읍내 의사는

할머니가 복숭아밭에서 키운 것은 별이라 했다

땅에서 하늘을 경작하는 일을 치매 농법이라 하였고

노구에서는 이제 별의 향기가 난다 하였다

 

할머니의 거처를 복숭아밭으로 옮기는 날 

나는 하늘에 별자리 하나를 새로 그려 넣었고

아버지는 밭 가장자리에 묏자리를 그려 넣었다

빚이 반, 밭주인 인정이 반인 좁은 거처에  

옮겨온 별의 향기가 파다하다

 

'올해는 복숭아가 풍년 인 갑다'

 

아버지 목소리가 환한 별자리를 헤치며 

우주의 귀퉁이를 돌아 나오고 있었다

 

 

<제10회 복숭아문학상 대상(2015)>

 

제 10회 복숭아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박영우 (시인, 경기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올해로 복숭아문학상이 10년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수한 작품과 신인 발굴을 위해 노력해 오신 박승열 청미문학회장을 비롯한 회원 여러분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아울러 10년 세월만큼이나 응모 작품의 수준도 해마다 더욱 새로워지고 높아지고 있는 것은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생각된다.
    본선에 올라온 작품 중 권상진의 <별자리>, 제인자의 <입덧>, 김민정의 <열여덟, 복숭아에게>, 고은강의 <복사뼈>, 박혜은의 <은퇴>를 최종심에 올리게 되었다. 그 심사 기준은 첫째, 자신의 이야기를 얼마나 시적 특성에 맞게 풀어내고 있는가? 둘째, 표현이나 시상 전개가 제재의 특성이나 주제의식에 맞게 신선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는가? 셋째, 얼마나 독자들에게 공감하고 울림을 주고 있는가?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대체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복숭아’라는 제재와 잘 조화시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작품마다 나름대로의 완성도가 있었으나, 너무 자신의 이야기에 치우쳐 운율이나 형식 등이 너무 산문적으로 흘러버리거나, 표현의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은 선외로 하였다.
    하지만 최종심에 오른 다섯 편의 작품들은 앞서 제시한 심사 기준들을 충족시키는 작품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권상진의 <별자리>는 특별한 시적 기교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담담하게 자신의 인생 경험을 제재와 연결시키며 시적 형식을 살리면서 서사적으로 이끌어가는 힘이 큰 공감을 주었다. 특히 ‘할머니’, ‘아버지’ 등 가족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고향’, ‘복숭아’라는 제재를 통해 ‘별자리’로 연결시켜나가는 우주적이고 자연적인 상상력이 매우 신선하였다.
제인자의 <입덧>도 제재가 갖는 특성을 ‘입덧’이라는 이미지와 연결시켜 시상을 전개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고 마지막 부분에서 ‘손녀의 배꼽’으로 연결되는 상상력이 신선했다. 김민정의 <열여덟, 복숭아에게>는 ‘복숭아’의 특성을 시적화자의 내면과 연결시켜 이미지화시키려는 의도는 좋았으나 좀 더 내밀한 심리나 신선한 표현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고은강의 <복사뼈>는 여행 중 우연히 맡게 된 복숭아의 향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유년 시절의 추억을 어머니의 진한 사랑과 복숭아라는 제재의 특성을 잘 연결시켜 이미지화시킨 점이 인상적이었다. 박혜은의 <은퇴>도 공감력을 주는 좋은 작품이었다. 그러나 시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너무 우울하고 무거운 느낌이어서 제재의 특성을 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보였다.
    입상을 축하하며 더욱 정진하길 바란다.            

출처 : 하루하루
글쓴이 : 가짜시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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