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문병란/혁순
아찔하다
포근한 봄을 잃어버린 산천
뜨거운 깃발 펄럭인다 해도
봄은 떠났고
사방은 혹한이다
연약한 호흡으로 연명한
연초록의 봄
초원의 햇볕은 감미로웠다.
하바롭스크의 분주한 생리가 봄이었고
유신의 철창에 갇힌
고독과 외로움과 배신과 실패가 봄이었고
독수공방 피를 토하던
서슬 퍼런 수천의 옥고(玉稿)가 봄이었다
때로는 분노로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소맥으로 목을 축이며
가슴을 도려내던
때로는 유행가와 젓가락 장단의 넋두리로
한 달래던
그 봄이 갔다
삼가 영면의 기도 속에서
다시 봄은 오는 것일까
눈망울은 통곡이고, 그리움에 뼈가 저리다
철없이 가버린 봄과
통곡의 역사애 새긴 민중의 아픔이여
이제는 만나야 할 때
앞마당 풍성한 잔치, 휘모리가락 앞세워
이제는 다시 만나야 할 때.
봄은 갔다
끝내 오작교를 건너지 못한
서러운 봄이여
‘80년 헛 세상
나이만 묵으면 무엇하나
옳은 것 옳다고도 못하고
그른 것 그르다고도 못하고
그놈의 종북이 무서워
두 눈을 감아야 하나
두 귀를 막아야 하나(중략)
거꾸로 가는 역사 앞에서
길 잃은 철새만 슬피 운다.‘
봄은 가고
애도의 숨소리가 피를 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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