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시가 어떤 가능성 위에 서 있는가, 묻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더불어 나는 시를 쓸 만큼의 역량이 있는가,를 묻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분들께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작가의 길을 결심하시기 전에 취미로, 혹은 1~2년은 습작의 길 위에서 머무르면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끼리 서로의 작품을 합평도 하고 이에 관련된 책도 구해서 읽어보시면서 <동인>활동을 하시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노라면 자신의 글을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을 통해 나를 평가해 볼 수 있는 관점과 타자의 시를 비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그런 순간들이 모여 배움이 되고, 이런 배움들에 일정한 깊이가 생기면 머잖아 자신의 글을 스스로 평가해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됩니다. 사람이 환경의 동물이라선지 마음이 동한 것에는 몰입하고 몰입을 통해 자기의 역량 강화를 이루곤 합니다. 애초엔 취미였는데 오래 하다보니 특기가 되고 특기를 갈고닦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많은 것도 이런 즐김, 놀이가 배움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더 좋은 방법도 있습니다. 자신의 글을 비평적 시선으로 읽고 평문으로 쓰는 버릇을 들이는 겁니다. 비평이라는 게 전문가적 소견이 필요한 일이긴 합니다만, 어차피 글에 뜻을 두셨다면 자신을 위해서라도 비평가에 준하는 비평의 실력을 쌓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이라 생각하시고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고 자신의 글이 가진 특수성과 보편성, 새로움과 미진한 부분을 비평을 통해 확인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면 누구보다 빨리 자신이 원하는 눈, 자신의 작품을 평가해보고 판단할 수 있는 시선을 갖게 될 겁니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 두 번 하다보면 일종의 글쓰기적 관성이 생기고 이런 힘으로 어렵지 않게 자신의 글의 내부를 들여다보게도 될 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일러주어도 주변 사람들 중에 실상 이것을 실행해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 저는 그들의 열정을 의심할 수밖엔 없더군요. 간절한데 구할 노력이 없다면 그것은 가짜 간절함이고 요행수를 바라는 게으른 짓일 겁니다. 전 더러 제 글의 비평을 써본 일이 있습니다. 덕분에 작품의 구조, 의미망의 단절이나 쓸모없이 덧대어진 사족들이 제 글엔 정말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하면 결국엔 되게 되어 있습니다. 노력 여하에 따라, 재능의 다소에 따라 조금씩의 격차가 있을 것입니다만, 그런 과정들이 싫고 귀찮고 두려워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작가가 된들 자기 위안이나 삼지 않겠는지요. 저지르시길 권합니다.
또 정말 글쓰기의 즐거움은 있는가, 있다면 무엇이 그러한가? 묻고 따지는 시간을 가져 보시라고 권합니다. 그러는 동안 말들이 내 의사를 반영하며 구부러지고 도구화 되는지(도구란 말을 써서 죄송합니다) 내가 휘두른 말이 하다못해 파리를 쫓기는 하는지, 어? 하고 쓴 글이 아! 하고 상대에게 반응되지는 않는지, 그 무엇보다도 말(글)을 마주하는 동안 행복하고 즐거운지(물론 창작의 고통 또한 즐거움이 되어야 합니다) 살펴보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최소한 내가 그 동안 즐겁고, 또 말들이 내 손끝에서 하나의 형상으로 자리하고 움직이는 지는 앞으로의 몇 년 동안 글쓰기를 통한 아무런 소득이 없다해도 견디고 또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만큼의 끈기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 연후에 재능도 끈기도 노력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작정하고 싸우실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글쓰기로 생업을 감당하는 이는 많질 않으니 당연히 부업이나 여가선용쯤으로 여기실 필요도 있습니다(심정적으로야 늘 주업으로 쳐줍니다만).
주변의 환경도 중요합니다. 취미일 때에야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정서적이고 책과 가까이 할 테니 교양도 늘 테구요. 그만한 취미도 없겠지요. 그러나 만사가 그렇듯 프로가 된다는 것은 말로야 즐긴다고 하지만 뼈를 깎으며 즐기는 과정일 겁니다. 특히 가족, 배우자를 설득하거나, 최소한 가사분담 혹은 합의되는 선에서의 제한된 활동이 필요합니다. 글을 쓰자고 가정파탄을 낼 수는 없으니까요. 돈 되지 않는 일에 머릴 쥐어뜯는 배우자를 누군들 보고 싶을까요. 그러니 배우자로부터 인정받을만큼 함께 노력 하셔야 글쓰기의 자유도 원하시는 만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나를 더듬어본 결과가 긍정적이거나 그것 아니면 못살겠다 쯤이시라면 본격적으로 써야 합니다. 일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책 사는 것 외에 금전을 사용하시는 일에 전 반대입니다만, 속성의 교육이 필요하시거나, 특히나 연배가 있으시다면 금전을 지불해서라도 강의를 듣거나 다른 노력을 강구하셔야 하겠지요. 남은 시간이 짧은 편일 테니까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쓸 건지 어느 지점을 쓸 건지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하고, 한 번 시작한 글은 어떻게든 끝을 맺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쓰다만 글 조각만 늘어납니다.
쓰신 후에 퇴고는 수시로 해야 합니다. 창작이 잘 될 때는 창작을 하고, 어느날 느닷없이 창작이 막히실 때(자주 그럴 겁니다)는 이미 써놓은 글의 퇴고를 하시면서 감각을 유지하셔야 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일 년치를 모아 또 퇴고를 합니다. 월주기, 년주기로 계속해야 오늘의 감각을 유지한 늙지 않는 글을 저축할 수 있습니다. 글을 쓰실 때 이야기와 상황, 인식의 바탕을 반드시 체크하실 것도 당부드립니다. 확연한 이미지를 갖는 것. 눈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하나의 유기적 인과론의 덩어리를 이루면 더욱 좋겠습니다. 집을 짓는 장소에 따라 집의 형태가 달라지듯 시도 그 소재나 주제 공간에 따라 보폭, 행간, 시적 포즈, 구조 등이 달라집니다. 사는 곳, 살림에 따라 집이 달라지듯이 글감의 이러저러함에 따라 요리법이 담을 그릇의 생김새가 달라지는 거죠. 글의 형식은(어투, 어감, 리듬의 속도감, 영화로 치면 미쟝센쯤이겠죠) 기본 서넛의 틀을 가지셔야만 적재적소 활용 변용이 가능합니다.
자신이 다다를 문학적 위치, 목적지, 등단을 목표로 하는 곳도 정해보세요. 인터넷소설로 한동안 떠들썩했던 '귀여니'식의 감각적이지만 딱히 문학이라 부르기엔 아쉬운 글을 써도 엄연한 작가일 테니 자신의 취향과 내면의 저울이 끄덕이는 만큼에서 창작작업이 이루어질 겁니다. 문학은 고체로 된 덩어리가 아닙니다. 일렁거리는 젤리처럼 유동적이죠. 문학의 울타리 또한 넓어지고 좁아지니까, 꼭 문단에 귀속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자신이 만족한다면 혼자 보고 만족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겠죠. 그러나 아카데믹 하고 프로페셔널한 글쓰기를 하려면 그만큼 준비하고 노력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타자와 경쟁하고 독자와 대면해야 하니까요. 거기는 신성도 도덕도 룰 바깥(정신적인 면에서)입니다. 오직 미적 객관, 개별적 작가관의 혼연일체만이 필요합니다. 세계 너머를 바라보자면 철학적 사고도 필요합니다. 철학적 기반은 장거리 달리기(오랜 창작생활)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니 틈틈히 넓고 옅게 익혀야 합니다. 철학자를 꿈꾸는 건 아니니까요. 그렇더라도 큰 그림을 볼 수는 있어야 내 들숨으로 따라들 겁니다.
기준을 세우면 변치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느 문을 지날지, 나를 얼마짜리 작가로 취급할지.... 또 그런 기준에 본인의 글이 합당한지도..... 글의 통과문이 결국 자존 가치의 문제로 귀결 되기도 합니다. 더 이상은 중언의 부언이 될 것 같아 줄이기로 합니다. 아래는 제가 그 시절 읽은 책들 중에 비교적 잘 씹히던, 꼭 씹어야 할 몇 가지의 교과서적인 참고서적을 기억나는 대로 시분야에 국한해서 적습니다.
1. 시창작 서적
*시론-김준오, - 가장 깔끔하게 정리된 시창작 및 이론들
*현대시작법-오규원, 너무 쉽습니다. 그래서 밑줄 그을 데가 딱히 없는게 아쉬운 책
*시작법- 테드 휴즈, 사물, 날씨, 환경 등에 따른 시쓰기의 예시들이 잘 제시되어있습니다만, 이국의 정서임을
감안해 야 합니다. 각 항마다 우리의 시들이 예시로 덧붙어 있습니다
2. 이론서- 그냥 주마간산격으로 읽으셔도 됩니다. 몇 년 지나서 다시 읽으면 난 어느 이즘에 가깝나....
재어볼 수도 있겠지요.
*현대문학이론-레이면 셀던, *문학이론 입문-테리 이글턴, *프랑스 비평사
3.평론집- 평론가가 시를 읽는 독법을 훔칠 수 있는 곁눈질의 장입니다. 더불에 그들의 눈에 비친 시인의 시세계가
덤으로 따라듭니다. 결국 나의 시를 보는 비판적 관점의 형성에 도움이 될 겁니다. 전 이 평론들이 시집보
다 더 재밌었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구요.
*김현 -젊은 시인들의 시세계. 말들의 풍경-평을 문학작품의 차원으로 승압시킨 전설.
*이남호-문학의 위족
*김용희- 페넬로페의 옷감짜기- 여성, 여성시를 위한 책. 여성의 시세계를 탐닉합니다. 문장도 탁월합니다.
* 최근의 흐름을 익히려면 당연히 최근의 비평서들도 만나야 하겠지요.
4. 기타
*김현(공저)- 한국문학의 위상- 한국문학의 전반적인 이해, 문학의 존재 이유와, 효용성의 문제 등을 고민해
보실 수 있습니다.
5. 읽어야할 시집들
80년대 이전- 김수영, 백석, 서정주 김춘수, 황동규
이후- 최승자, 이성복, 황지우, 기형도 김기택, 송찬호, 장석남.
이수명- 미래파의 탯줄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2000년대 이후
*황병승, 진은영, 김민정, 송승환, 김경주, 이근화 그밖의 기타등등(금전적 문제가 있으니 80년대 이전은
선집을, 이후는 가급적 처녀시집을!!!!!!!!!!!!!,)
* 최근의 시집- 문학을 접하다 보면 문제작들이 눈에 띌 겁니다. 취사선택이 필요하겠지요
-시인의 경우 최소화 시키다보니 손가락 사이가 너무 넓군요. 가급적 현대시에 준하여 선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들이 있다면 깊이를 더해야 합니다.
* 일전의 글인데 조금 수정해서 내겁니다. 차후에 한번 더 수정을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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