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리 고....♡/문 화 계 소 식

신경림(申庚林)

moon향 2013. 10. 15. 13:45

신경림(申庚林) (1935~ )

 

 

: 시인에 대하여 :

 

  1935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1956문학예술갈대』 『墓碑등이 추천되어 시단에 나오게 되었다.

그는 우리나라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사람 사는 이야기와 민요들을 모으는 데 관심을 기울였으며

만해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을 받았다.

 

70년대 한국 시단과 독서계에 신경림의 농무만큼 큰 충격과 감동을 던진 시집은 없다.

농민들의 삶의 애사(哀史)를 리얼하게 묘사해내면서 민중문학의 힘찬 전진을 예고한 이 시집 한 권으로

신경림은 우리 시단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만해문학상을 받은 이 책의 수상평에서 김광섭 시인은 이 시집을 '상황시'라는 말로 단정한 바 있다.

개발독재의 서슬퍼런 시대에, 이데올로기적으로 눌리고 2, 3차 산업의 활황에 소외된 농촌의 열악한 현실 상황을

시편 하나하나마다 전형적으로 포착하여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 한마디:

 

이 말도 참 근사하지만 나는 나대로 조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나는 나대로 할 얘기가 있다. - 내가 시를 쓰게 된 동기

농무』 『새재』 『달 넘세』 『남한강』 『』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 『바람의 풍경

한밤중에 눈을 뜨면』 『남한강』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외 다수가 있다.

 

 

  : 작품 읽기 :

 

 

 

농무(農舞)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가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이게나 맡겨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라리를 불꺼나.

고개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1번지

 

해가 지기 전에 산 일번지에는

바람이 찾아온다.

집집마다 지붕으로 덮은 루핑을 날리고

문을 바른 신문지를 찢고

불행한 사람들의 얼굴에

돌모래를 끼어얹는다.

해가 지면 산 일번지에는

청솔가지 타는 연기가 깔린다.

나라의 은혜를 입지 못한 사내들은

서로 속이고 목을 조르고 마침내는

칼을 들고 피를 흘리는데

정거장을 향해 비탈길을 굴러가는

가난이 싫어진 아낙네의 치맛자락에

연기가 붙어 흐늘댄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산 일번지에는

통곡이 온다. 모두 함께

죽어 버리자고 복어알을 구해 온

어버이는 술이 취해 뉘우치고

애비 없는 애기를 밴 처녀는

산벼랑을 찾아가 몸을 던진다.

그리하여 산 일번지에 밤이 오면

대밋벌을 거쳐 온 강바람은

뒷산에 와 부딪쳐

모든 사람들의 울음이 되어 쏟아진다.

 

 

 

목계장터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질척이는 골목의 비린내만이 아니다

너절한 욕지거리와 싸움질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이 깊은 가난만이 아니다

좀체 걷히지 않는 어둠만이 아니다

 

팔월이 오면 우리는 들떠오지만

삐꺽이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아니면 소줏집 통걸상에서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 외국의 어느

김빠진 야구 경기에 주먹을 부르쥐고

미치광이 선교사를 따라 핏대를 올리고

후진국경제학자의 허풍에 덩달아 흥분하지만

이것들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이 쓸개바진 헛웃음만이 아니다

겁에 질려 야윈 두 주먹만이 아니다

우리가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서로 속이고 속는 난장만이 아니다

하늘까지 덮은 저 어둠만이 아니다

 

 

 

특급 열차를 타고 가다가

 

이렇게 서둘러 달려갈 일이 무언가

환한 봄햇살 꽃그늘 속의 설렘도 보지 못하고

날아가듯 달려가 내가 할 일이 무언가

예순에 더 몇해를 보아온 같은 풍경과 말들

종착역에서도 그것들이 기다리겠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산역에서 차를 버리자

그리고 걷자 발이 부르틀 때까지

복사꽃숲 나오면 들어가 낮잠도 자고

소매 잡는 이 있으면 하룻밤쯤 술로 지새면서

이르지 못한들 어떠랴 이르고자 한 곳에

풀씨들 날아가다 떨어져 몸을 묻은

산은 파랗고 강물은 저리 반짝이는데

 

 

 

 

 

 < 출처 ; 활짝 웃는 독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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