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鄭芝溶)
시인에 대하여 : (1902~1950)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를 구사, 생생하고 선명한 대상 묘사에 특유의 빛을 발하는 시인 정지용.
한국현대시의 신경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이상을 비롯하여 조지훈, 박목월 등과 같은 청록파 시인들을 등장시키기도한 시인이었다.
1902년 음력 5월 15일 충북 옥천읍에서 좀 떨어진 구읍의 청석교 바로 옆 촌가에서
한약상을 경영하던 영일 정씨 태국(泰國)을 아버지로 하동정씨 미하(美河)를 어머니로 탄생한 그는
그 당시 풍습에 따라 12살 때(1913) 동갑의 부인 송재숙과 영동군 심천면 초강리 처가에서 결혼하였다.
이 부인 사이에 3남 1녀가 태어났으며,
그 가운데 차남과 3남은 6.25사변중에 행방불명 되었고,
현재 장남 구관과 장녀 구원만 생존해 있다.
그는 휘문고보 재학 시절 <서광> 창간호에 소설 「삼인」을 발표하였으며,
일본 유학시절에는 대표작의 하나인 「향수」를 그의 나이 26세 때 1927년 에 썼다.
1930년에 시문학 동인으로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전개하였고, 구인회를 결성하기도 하였으며 문장지의 추천위원으로 활동했다.
해방이 되서는 경향신문의 주간으로 일하고, 이화여대와 서울대에 출강하여 시론, 수필, 평문을 발표하였다.
한국 전쟁 중 납북되어 이후 행적은 알지 못하나 북한이 최근 발간한 조선대백과사전에 1950년 9월 25일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주요 저서로는 『정지용 시집』 『백록담』 『지용문학독본』등이 있다.
그의 고향 충북 옥천에서는 매년 5월에 지용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1989년부터는 시와 시학사에서 정지용문학상을 제정하여 매년 시상하고 있다.
: 작품 읽기 :
향수(鄕愁)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나가고,
얼룩빽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의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 도란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종달새
삼동내-얼었다 나온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
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해바른 봄날 한종일 두고
모래톱에서 나 홀로 놀자.
산너머 저쪽
산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뻐꾸기 영 우에서
한나절 울음 운다.
산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철나무 치는 소리만
서로 맞아 쩌 르 렁!
산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늘 오던 바늘장수도
이봄 들며 아니 뵈네.
다알이아
가을볕 째앵하게
내려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어난 다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다알리아.
시악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젖가슴과 부끄럼성이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악시야, 순하디 순하여다오.
암사슴처럼 뛰어다녀보아라.
물오리 떠돌아다니는
흰 못물 같은 하늘 밑에,
함빡 피어나온 다알리아.
피다 못해 터져나오는 다알리아.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꾹이 체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힌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 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호수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 출처 : 활짝 웃는 독서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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