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을 비운 것이 도넛이다
- 이심훈
중심을 비운 것이 도넛이다
베이킹파우더처럼 중심을 향하여
자고새면 끝없이 부풀어 오르는 욕망
지구 온난화로 뚫린 오존층의 고리를
붙들어 맬 잘 빠진 구멍이 도넛이다
도넛 구멍은 때로는 묵시적 바라보기
우산으로 그 작은 구멍을 가릴 수 없다
우산 하나로 모든 것
가려 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마음의 성층권 밖에서 내려다보라
습성처럼 그 작은 도넛 구멍 안에서도
갑이나 을이 되어 베이킹파우더는 부푼다
머리기사부터 비슷해도 같은 날이 없는
조간신문은 빵 굽기 전에 오고
되짚어가는 달빛이지만 지루한 적 없는
마감 뉴스는 빵 굳은 후 끝나지만
잘 익고 마른 고추처럼
속까지 다 보이는 특별한 구멍이
기억의 중심이어야 맛깔스런 도넛이다
도넛 안에서 자생하는 의식의 팡이실
바이러스처럼 의미가 스멀대야 도넛이다.
—시집『장항선』(2013)에서
이심훈 / 충남 부여 출생. 1988년 시집 『못 뺀 자리』로 작품 활동 시작.
2003년 《시사사》등단. 시집 『안녕한가 풀들은 드러눕고 다시 일어나서』『시간의 초상』『장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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