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그대쪽으로 - 기형도 바람은 그대쪽으로 - 기형도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靈魂(영혼)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窓門(창문)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곳을 찾고 있다.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5.28
집시의 시집 - 기형도 집시의 시집 - 기형도 □ 1 우리는 너무 어렸다. 그는 그해 가을 우리 마을에 잠시 머물다 떠난 떠돌이 사내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른들도 그를 그냥 일꾼이라 불렀다. □ 2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손을 가리켜 신(神)의 공장이라고 말했다.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굶주림뿐이었다. 그..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5.27
빈집 - 기형도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3.27
봄날은 간다 - 기형도 봄날은 간다 - 기형도 햇빛은 분가루처럼 흩날리고 쉽사리 키가 변하는 그림자들은 한 장 熱風(열풍)에 말려 둥글 게 휘어지는구나 아무 때나 손을 흔드는 미루나무 얕은 그늘 속을 첨벙이며 2時着(2시착) 시외버스도 떠난 지 오래인데 아까부터 서울집 툇마루에 앉은 여자 외상값처럼 밀..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3.08
엄마 걱정 - 기형도 엄마 걱정 -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어두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3.08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기형도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기형도 그는 어디로 갔을까 너희 흘러가 버린 기쁨이여 한때 내 육체를 사용했던 이별들이여 찾지 말라, 나는 곧 무너질 것들만 그리워했다 이제 해가 지고 길 위의 기억은 흐려졌으니 공중엔 희고 둥그런 자국만 뚜렷하다 물들은 소리없이 흐르다 굳고 어디선가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3.07
입 속의 검은 잎 -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 기형도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