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 커피 지난봄에 커피를 끊었는데 7개월 동안 어떻게 버티다가 찬 바람이 스산하니 도저히 못 참겠다. 누구랑 내기한 게 아니라 다행ㅋ 아는 동생이 사온 '포켓 커피'를 하나씩 까먹는 기쁨!^^* 물에 타먹는 것보다 그냥 깨먹으면 초콜렛과 에스프레소의 조합이 대단하다! 초콜렛에 관심 없는 옆.. 잠 깐 만.....♡/먹 고 힘 내 고 2016.11.09
봉제동 삽화 - 김성철 봉제동 삽화 - 김성철 천둥 번개가 치자 공장엔 정전이 찾아왔다 소나기의 망치질 소리가 시작되면 늙은 배선이 어김없이 누전 빙자한 어둠을 불렀다 여공들의 환한 치아가 깜빡깜빡 불 밝히고 재단사 김씨는 하늘위로 쌓아올려진 회색원단 눈길로 만지며 납품기일 손꼽는다 창틀 등지고 불어오는 바람 미싱 선반 위로 펼쳐진 꽃길타고 달려간다 손 맞잡은 여공들 바람의 허리춤을 잡고 꽃길 위로 걸어 들어간다 피지 못한 꽃들이며 줄기 오르지 못한 실밥들이 보푸라기 흔들며 반긴다 페달 밟는 미싱공 꽃들에게 먼저 수인사 건네자 웃자란 실꽃들 서둘러 뿌리 걷으며 손에 핀 봉제선 위로 올라탄다 때 묻은 손목, 손목들 산수유열매처럼 붉게 흔들린다 재봉중인 꽃술이 실밥을 흔들었으나 접근금지를 알리는 도안선이 유난히 날을 세운다 작업반..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11.13
나리 나리 개나리 - 기형도 나리 나리 개나리 - 기형도 누이여 또다시 은비늘 더미를 일으켜세우며 시간이 빠르게 이동하였다 어느 날의 잔잔한 어둠이 이파리 하나 피우지 못한 너의 생애를 소리없이 꺾어갔던 그 투명한 기억을 향하여 봄이 왔다 살아 있는 나는 세월을 모른다 네가 가져간 시간과 버리고 간 시간..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5.03.14
밤눈 - 기형도 밤눈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드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11.27
가는 비 온다 - 기형도 가는 비 온다 - 기형도 간판들이 조금씩 젖는다 나는 어디론가 가기 위해 걷고 있는 것이 아니다 둥글고 넓은 가로수 잎들은 떨어지고 이런 동네에선 한 소년이 죽기도 한다 저 식물등에게 내가 그러나 해줄 수 있는 일은 없다 언젠가 이곳에 인질극이 있었다 범인은 [휴일]이라는 노래를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11.25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10.24
10월 - 기형도 10월 - 기형도 흩어진 그림자들, 모두 한곳으로 모이는 그 어두운 정오의 숲속으로 이따금 나는 한 개 짧은 그림자가 되어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 쉽게 조용해지는 나의 빈 손바닥 위에 가을은 둥글고 단단한 공기를 쥐어줄 뿐 그리고 나는 잠깐 동안 그것을 만져볼 뿐이다 나무들은 언제나..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10.24
무등(無等)에 가기 위하여 - 기형도 무등(無等)에 가기 위하여 - 기형도 이제 광주로 간다. 방금 전 강선생과 헤어졌다. 땡볕이 내려쪼이는 전주터미널. ‘내가 내 생(生)에 얼마나 불성실했던가, 생을 방기했고 그 방기를 즐겼던가를 서고사 일박을 통해 깨달았다’고 터미널 층계를 내려오면서 강선생에게 고백하였다. 노..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10.24
어느 푸른 저녁 - 기형도 어느 푸른 저녁 - 기형도 1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어느새 처음 보는 푸른 저녁을 걷고 있는 것이다, 검고 마른 나무들 아래로 제각기 다른 얼굴들을 한 사람들은 무엇엔가 열중하며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혹은 좁은 낭하를 지나 이상하기도 하지, 가벼운 구름들과 같..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10.19
白夜 - 기형도 白夜 - 기형도 눈이 그친다. 仁川집 흐린 유리창에 불이 꺼지고 낮은 지붕들 사이에 끼인 하늘은 딱딱한 널빤지처럼 떠 있다. 가늠할 수 없는 넓이로 바람은 손쉽게 더러운 담벼락을 포장하고 싸락눈들은 비명을 지르며 튀어오른다. 흠집투성이 흑백의 字幕 속을 한 사내가 천천히 걷고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