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건너기 위한 블루스
- 이태윤
내 몸 가장 어두운 곳으로 가 심장을 켜 놓았다
그러자 심장이 들려주었네
파도와 계단의 형식으로 어딘가 기록되어 있지만
기억나지 않는 당신이 비를 맞고 있다고
머지않아 당신은 내 입술을 빠져 나와 짧은 탄식이 될 것이다
오, 이렇게 지독한 센티멘털에 진저리 치면서
끝없이 몸을 바꾸는 낮과 밤들
그 어딘가로 계단이 통할 거라고 믿었지만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계단은 얼마나 쓸모 없는 것인가
그렇게 쓸모 없어진 계단들이 밀려와 파도가 된다
나는 내가 건강할 때 슬픔을 감당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아파할 순간에 아픔에서 소외되어 버리고
불행 속에서 불행하게 쫓겨나 버렸네 나는
아, 또 이렇게 난감한 멜랑꼴리에 몸서리치며
두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슬픔을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완성하려 한다
마치 그건 깨지기 직전 거울의 타이밍 같았다고
심장이 들려주었다
유머도 위트도 없이 비는 계속 내리고
목화밭에 묶여 있는 젖소 같은 심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보지만
이 비는 영원히 멈출 것 같지가 않다
심장이 증발해버려도 남아있는 심장의 울렁임으로
트롬본이 연주되는 달의 뒤편을 향해
나는 끝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시와 반시》2017년 봄호
이태윤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13년 시집 『캔디랜드의 기린들』을 내며 창작 활동을 시작.
현재 제주도에서 '낭만감귤' 농장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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