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이야기
- 이광석(1935~ )
남을 밀어내고 피는 꽃도 있지만
제 노동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남의 텃밭을 넘보기보다는
제 힘으로 피는 꽃도 있습니다
크고 화사한 꽃들이 침묵할 때
작아도 할 말 다 하는
당찬 꽃도 있습니다
봄은 꽃들이 제 생각대로 제 목소리를 내는
감성의 계절입니다.
밟히면서 아파하면서 이 땅의 토박이를
고집하는 당신의 상처가 지켜낸 꽃
크고 화사한 어떤 꽃도 그려낼 수 없는
야성(野性)의 생명력 하나로
세상의 아침 밥상을 차리는
눈꽃, 혹은 조선의 여인 같은
억세고 질긴 다부진 꽃,
당신의 이름은 들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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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꽃들이 한창입니다. 제비꽃, 애기똥풀, 별꽃, 쇠뜨기꽃, 방가지똥, 미나리아재비 등
다정하고 친근한 그 이름들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집니다.
이 꽃들은 ‘남을 밀어내고’ 만든 화단의 ‘크고 화사한 꽃들’이 아니라
들과 산 여기저기에서 ‘제 노동으로’ 핀 작은 꽃들이지요.
누구의 관심이나 가위질 없이 ‘제 힘으로’ 피었으므로 작아도 당당합니다.
그 누구에게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으므로 ‘할 말 다’ 할 수 있습니다.
가위를 들고 자신의 화단을 살펴보기보다는
들로 산으로 나가 이 꽃들의 당찬 말들을 들어봐야 할 시대인 것 같습니다.
< 강현덕 시조시인 - 중앙일보 詩가 있는 아침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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