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황인숙
저처럼
종종걸음으로
나도
누군가를
찾아나서고
싶다...
비 ㅡ 황인숙
아, 저, 하얀, 무수한, 맨종아리들,
찰박거리는 맨발들.
찰박 찰박 찰박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맨발들.
쉬지 않고 찰박 걷는
티눈 하나 없는
작은 발들.
맨발로 끼어들고 싶게 하는.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황인숙, 2010)
[시평]
봄, 가을에 내리는 비를 가늘게 내리기 때문에 흔히 세우(細雨)라고 한다.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다면, 봄에 내리는 비는 마치 경쾌하게 종종종 종종걸음을 내딛듯이 내린다.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를 보노라면 왠지 마음이 싱숭거려진다. 그러나 종종종 내리는 봄비를 보노라면, 왠지 그 비를 따라 어딘가로 가고 싶어진다.
봄비 내리는 길을 따라 누군가를 찾아 나서고 싶다는 시의 화자. 봄은 그래서 어딘가를 하염없이 나다니고 싶은 계절인가 보다. 또 그 누군가를 하염없이 만나보고 싶어지는 계절인 모양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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