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웃어라 -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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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엔 너도 나도 시를 쓴다. 지식인은 지식을 자
랑하기 위해 무식한 사람은 무식을 감추기 위해 되
는 소리 안 되는 소리 모두 시를 쓰고 시집을 내고
나도 시집을 낸다. 대머리도 쓰고 이가 빠진 인간들
도 쓰고 병든 늙은이도 작은 방에 앉아 시를 쓴다.
손을 떨면서 기침을 하면서 모두 죽어라 하고 시를 쓰
고 시집을 낸다, 모두 대단한 인간들이다. 나도 대단
한 인간이다. 모두 미친 것 같다. 시를 쓰고 부지런히
시집을 내고 상도 받고 아무튼 재미있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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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집 이름을 한 번도 손수 붙인 적이 없다. 그동안
낸 시집 이름은 모두 남들이 붙여주었다. '사물A'는
박목월 선생이, '환상의 다리'는 조병화 선생이, '당
신의 초상'은 이어령 선생이, '사물들'은 김영태 형
이, '당신의 방'은 김병익 선생이, '너라는 환상'은
최승호 시인이 붙여주었지. 이젠 시도 남들이 써주면
좋겠다. 남들이 쓴 시에 이름만 적어 발표하면 얼마
나 좋아? 왜냐하면 너무 쉽고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까. 생각하는 일은 힘들다. 난 누가 고치라면 고치고
발표할 때도 남들에게 보여주고 그들이 발표하라는
시를 발표한다. 난 독창성이 무언지 모르고 창조가
무언지 모르고 시가 무언지 모른다. 모르는 것도 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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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유심 1월호>
※시인이 웃으라니까 나도 그냥 웃는다^^;;;
요 위에서 왼쪽 보라고 했는데 오른쪽 본 사람이 더 많겠죠?
나도 그랬지만... '바부팅이' 말 듣기는 억울ㅠㅠ
오른쪽 가리키는 화살표를 크게 만든 당신은 뭐꼬?
속으로 그랬죠? '좋아, 걸려라!' 이렇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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