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듣는 눈 - 문성해 귀로 듣는 눈 - 문성해 눈이 온다 시장 좌판 위 오래된 천막처럼 축 내려 앉은 하늘 허드레 눈이 시장 사람들처럼 왁자하게 온다 쳐내도 쳐내도 달려드는 무리들에 섞여 질긴 몸뚱이 하나 혀처럼 옷에 달라붙는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실밥을 따라 떨어진다 그것은 눈송이 하나가 내..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12.29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훌훌이 가는 것이냐, 떠나..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12.27
함박눈 - 오탁번 함박눈 - 오탁번 오늘 또 손을 데었다 장작 난로에 고구마를 굽다가 껍질이 까맣게 탄 걸 보고 맨손으로 집으려다가 앗! 뜨거! 소리쳤다 손가락이 욱신거리며 바로 물집이 부풀어 올랐다 어제는 라면 끓이던 냄비를 맨손으로 잡다가 앗! 뜨거! 내동댕이쳤다 끓는 물에 손가락과 발등이 벌..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12.23
겨울 발소리 - 윤석중 겨울 발소리 - 윤석중 사뿐사뿐 발소리 겨울 발소리 하얀 눈이 내려와 쌓이는 소리. 잠 안자고 보채는 마른 가지를 하얀 눈이 내려와 달래는 소리. 산토끼가 지나간 발자국들을 하얀 눈이 내려와 가리는 소리. 사뿐사뿐 발소리 겨울 발소리 하얀 눈이 내려와 쌓이는 소리.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12.09
틈 - 김지하( 봄을 기다리는 시) 틈 - 김지하 아파트 사이사이 빈 틈으로 꽃샘 분다 아파트 속마다 사람 몸속에 꽃눈 튼다 갇힌 삶에도 봄 오는 것은 빈 틈 때문 사람은 틈 새 일은 늘 틈에서 벌어진다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10.30
설교하는 바다 - 이생진 설교하는 바다 - 이생진 성산포에서는 설교를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10.30
땅끝 - 나희덕 땅끝 - 나희덕 산 너머 고운 노을을 보려고 그네를 힘차게 차고 올라 발을 굴렀지. 노을은 끝내 어둠에게 잡아먹혔지. 나를 태우고 날아가던 그넷줄이 오랫동안 삐걱삐걱 떨고 있었어. 어릴 때는 나비를 좇듯 아름다움에 취해 땅끝을 찾아갔지. 그건 아마도 끝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그러..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10.21
섶섬이 보이는 방_이중섭의 방에 와서 / 나희덕 섶섬이 보이는 방_이중섭의 방에 와서 - 나희덕(제 22회 소월시 문학상 대상 수상작, 2008)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9.19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바닷가에 대하여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