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길 - 전원범 들길 ㅡ 전원범(1944~) 자전거 바퀴에 감겼다가 풀리는 시골길. 길을 따라 나서면 소근거리는 이야기가 들린다. 촘촘히 익어가는 옥수수 이야기 풍금 소리로 밀려오는 나락들의 이야기 꼬투리마다 여무는 콩들의 이야기. 가을이 내려오는 외길. 산허리를 돌아가면 길이 머무는 곳마다 아, ..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9.04
김밥말이 골목, 수도꼭지 장례식 - 최일걸 김밥말이 골목 / 최일걸 암초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따개비모양 봉제공장들이 저를 단단하게 오므린 채 거꾸로 서서 수천대의 재봉틀로 하루를 돌린다 자꾸 달아나는 시간을 노루발로 고정하고 아찔한 곡선박기로 내일을 꿈꿔보지만 어김없이 되돌아박기가 여공들을 꿰매버린다 햇빛 ..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8.23
섬 - 복효근 섬 - 복효근 파도가 섬의 옆구리를 자꾸 때려친 흔적이 절벽으로 남았는데 그것을 절경이라 말한다 거기에 풍란이 꽃을 피우고 괭이갈매기가 새끼를 기른다 사람마다의 옆구리께엔 절벽이 있다 파도가 할퀴고 간 상처의 흔적이 가파를수록 풍란 매운 향기가 난다 너와 내가 섬이다 아득..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8.18
비의 뜨개질 - 길상호 비의 뜨개질 - 길상호 너는 비를 가지고 뜨개질을 한다. 중간 중간 바람을 날실로 넣어 짠 비의 목도리가, 밤이 지나면 저 거리에 길게 펼쳐질 것이다. 엉킨 구름을 풀어 만들어내는 비의 가닥들은 너무나 차가워서 목도리를 두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거리 귀퉁이에서 잠들..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8.10
비의 집 - 박제천 비의 집 - 박제천 아마, 거기가 눈잣나무 숲이었지 비가, 연한 녹색의 비가 눈잣나무에 내렸어 아니, 눈잣나무가 비에게 내려도 좋다는 것 같았어 그래, 눈잣나무 몸피를 부드럽게 부드럽게 씻겨주는 것 같았어 아마, 병든 아내의 등을 밀던 내 손길도 그랬었지 힘을, 주어서도 안 되고… ..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7.21
산길에서 - 이성부 산길에서 - 이성부(1942∼2012) 이 길을 만든 이들이 누구인지를 나는 안다 이렇게 길을 따라 나를 걷게 하는 그이들이 지금 조릿대밭 눕히며 소리치는 바람이거나 이름 모를 풀꽃들 문득 나를 쳐다보는 수줍음으로 와서 내 가슴 벅차게 하는 까닭을 나는 안다 그러기에 짐승처럼 그이들 옛..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7.15
접촉사고 - 강연호 ※접촉사고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다보니까, 음악이 좀 시끄러울 수 있어요. 원하시는 분은 스피커를 끄고 詩감상 하소서!^^ 접촉 사고 - 강연호(1962∼ ) 출근길 접촉 사고가 났다 충돌도 아니고 추돌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접촉이라는 사고 접촉이라는 말이 에로틱해서 나는 잠시 웃었다 사..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7.14
봄밤 - 강연호 봄밤 - 강연호 낮에 지나쳐온 거리마다 분분했던 꽃잎 집에 돌아와보니 몇 장은 우표처럼 어깨 한 귀퉁이에 여전히 달라붙어 있네 나는 과연 제대로 배달된 것일까 수취인 불명의 편지마냥 우두커니 서서 우주의 어둠으로 어두운 방을 들여다보네 창밖으로는 인공위성처럼 밤늦은 시민..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5.20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 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 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5.07
떠도는 섬 - 나호열 떠도는 섬 - 나호열 섬들이 부딪치지 않으려고 파도로 외로움을 만드는 시간 눈에 불심지를 매단 차들이 조심조심 좌우로 앞뒤로 순례의 길을 간다 섬 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섬 무언의 깜빡이를 켜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는 신을 닮은 우리는 스스로 고독한 채 말문을 닫는다 길 위에..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