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목사님 - 기형도 우리 동네 목사님 - 기형도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6.14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형도 정거장에서의 충고 - 기형도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 마른 나무에서 연거푸 물방울이 떨어지고 나는 천천히 노트를 덮는다 저녁의 정거장에 검은 구름은 멎는다 그러나 추억은 황량하다, 군데군데 쓰러져 있던 개들은 황혼이면 처량한 눈을 껌벅일 것이다 물방울은 손..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6.12
오후 4시의 희망 - 기형도 오후 4시의 희망 - 기형도 金은 블라인드를 내린다, 무엇인가 생각해야 한다, 나는 침묵이 두렵다 침묵은 그러나 얼마나 믿음직한 수표인가 내 나이를 지나간 사람들이 내게 그걸 가르쳤다 김은 주저앉는다, 어쩔 수 없이 이곳에 한번 꽂히면 어떤 건물도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김은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6.02
흔해빠진 독서 - 기형도 흔해빠진 독서 / 기형도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허용했지만 때때로 죽은 자들 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수북한 턱 수염이 매력적인 이 두꺼운 책의 저자는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5.31
숲으로 된 성벽 - 기형도 숲으로 된 성벽 - 기형도 저녁 노을이 지면 神(신)들의 商店(상점)엔 하나둘 불이 켜지고 농부들은 작은 당나귀들과 함께 城(성) 안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성벽은 울창한 숲으로 된 것이어서 누구나 寺院(사원)을 통과하는 구름 혹은 조용한 공기들이 되지 않으면 한걸음도 들어갈 수 없..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5.29
바람은 그대쪽으로 - 기형도 바람은 그대쪽으로 - 기형도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靈魂(영혼)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窓門(창문)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곳을 찾고 있다.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5.28
집시의 시집 - 기형도 집시의 시집 - 기형도 □ 1 우리는 너무 어렸다. 그는 그해 가을 우리 마을에 잠시 머물다 떠난 떠돌이 사내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어른들도 그를 그냥 일꾼이라 불렀다. □ 2 그는 우리에게 자신의 손을 가리켜 신(神)의 공장이라고 말했다.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굶주림뿐이었다. 그..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5.27
봄비 - 공재동 봄비 - 공재동 아무리 보아도 고운 실인데 옷부터 촉촉이 젖어든다 아무리 보아도 색깔은 없는데 온들에 연두빛 물이 든다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5.19
쓸쓸한 길 - 백석 쓸쓸한 길 - 백석 거적장사 하나 산 뒷녚 비탈을 오른다 아ㅡ 따르는 사람도 없이 쓸쓸한 쓸쓸한 길이다 산 가마귀만 울며 날고 도적갠가 개 하나 어정어정 따러간다 이스라치전이 드나 머루전이 드나 수리취 땅버들의 하이얀 복이 서러웁다 뚜물같이 흐린 날 동풍이 설렌다 거적장사..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4.22
빈집 - 기형도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