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나의 저녁이라면 - 김행숙 이것이 나의 저녁이라면 - 김행숙 신발장의 모든 구두를 꺼내 등잔처럼 강물에 띄우겠습니다 물에 젖어 세상에서 가장 무거워진 구두를 위해 슬피 울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신발이 없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나는 국가도 없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것이 나의 저녁이라면 그 곁에서 밤이 슬..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6.12.03
가을비 - 신경림 가을비 - 신경림 젖은 나뭇잎이 날아와 유리창에 달라붙는 간이역에는 찻시간이 돼도 손님이 없다 플라타너스로 가려진 낡은 목조 찻집 차 나르는 소녀의 머리칼에서는 풀냄새가 나겠지 오늘 집에 가면 헌 난로에 불을 당겨 먼저 따끈한 차 한 잔을 마셔야지 빗물에 젖은 유행가 가락을 ..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6.11.13
귀뚜라미 - 나희덕 친구에게 빌린 이미지. 귀뚜라미 나희덕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 소리에 묻혀 내 울음 아직은 노래 아니다. 차가운 바닥 위에 토하는 울음 풀잎 없고 이슬 한 방울 내리지 않는 지하도 콘크리트벽 좁은 틈에서 숨 막힐 듯,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다 귀뚜르르 뚜르르 보내는 타전소리가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6.10.08
막내둥이의 투정 - 류선열 이 시 저 시 필사해요, 가끔!^^ 글씨가 아주 괴발개발(고양이 발, 개 발)이죠? 색연필로 써서 그런지도 몰라요ㅜㅜ정신 차리면 예쁘게 쓸 수 있는데. 「잠자리 시집보내기」 류선열 동시집 중간에 '꼴찌 만세'라는 기나긴 시를 필사하다가 자리가 남아 '막내둥이의 투정'을 더했는데 책에 .. 詩 詩 詩.....♡/동 시 ♬ 좋 아 2016.09.25
찬지름 들지름 - 송진권 찬지름 들지름 - 송진권 찬지름 들지름 들이 서울 갑니다 충청북도 옥천군 이원면 강변에 모랫벌에 허리 꼬부라진 할머니가 여름내 김매고 땀흘려 가꾼 참깨 들깨 들이 찬지름 들지름이 되어 소주병에 담겨 서울 가는 기차를 탑니다 마른 나무 강변말 해바라기 선 집 들지름 발라 김 구워.. 詩 詩 詩.....♡/동 시 ♬ 좋 아 2016.09.05
정든 병 - 허수경 정든 병 이 세상 정들 것 없어 병에 정듭니다 가엾은 등불 마음의 살들은 저리도 여려 나 그 살을 세상 의 접면에 대고 몸이 상합니다 몸이 상할 때 마음은 저 혼자 버려지고 버려진 마음이 너 무 많아 이 세상 모든 길들은 위독합니다 위독한 길을 따라 속수무책의 몸이며 버려진 마음들..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6.09.05
밭 한 뙈기 - 권정생 밭 한 뙈기 -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것은 없다. 하나님도 ‘내’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생략- 詩 詩 詩.....♡/동 시 ♬ 좋 아 2016.09.01
반쪽 - 마경덕 반쪽 - 마경덕 잘 여문 호두알 어디에도 틈이 없다 두 쪽이었던 몸, 한 몸으로 봉합한 흔적이 있다 어느 한 쪽이 크거나 작으면 짝이 될 수 없었을 것 입추가 지나야 나무의 뼈가 여물고 그때 호두가 되는 것 맞물린 중심, 딱 절반씩이다 유일하게 뇌(腦)를 가진 나무 한 알 한 알 뜻을 담아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6.08.31
마음의 자물쇠를 여는 법 - 이외수 마음의 자물쇠를 여는 법 자물쇠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하여 문이며 서랍이며 장농이며 금고 따위에 설치하는 방범 장치의 일종이다. 주인들은 대개 인간을 불신하고 자물쇠를 신뢰하지만 노련한 도둑을 만나면 무용지물이다. 그 자물쇠마저도 훔쳐 가버리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때론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6.08.31
밥알 하나 - 이안 밥알 하나 - 이안 할머니한테 들은 고조할아버지 이야기 얼마나 가뭄이 지독했던지 먹을 게 없었다 어느 날 마루에 놓인 물동이 속에 밥알 하나 가라앉은 게 보였다 가난해도 양반 체면에 밥알 하나만 달랑 건져 먹는 건 욕이 될까 봐 물 한 동이를 통째 들이키셨다는, 목까지 차오르는 물.. 詩 詩 詩.....♡/동 시 ♬ 좋 아 2016.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