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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과 '만하다'에 대하여 - 강인한

강인한 17.09.10. ■ 누이는 배가 남산만하게 불렀다. 배가 남산만한 임신부. / 그는 공부만 한 학생이라 체력이 약했다. 이럴 때 '만하게'나 '만한'은 체언(명사, 대명사 등)에 붙여서 "어떤 크기에 해당한다"는 뜻을 지닌 접미사(-만하다)입니다. 그런데 요즘 출판사, 잡지사 편집자들은 무조건 '남산만 하게' '남산만 한'이라고 이상한 띄어쓰기를 하는 걸 많이 봅니다. '공부만 한 학생'의 '만'은 한정하거나 강조하는 뜻의 보조사이므로 붙여서 쓰는 것. 이에 관한 좀 더 진지한 반성이 필요해서 '손님방'에 한 꼭지 글을 써서 올립니다. ■ '만'과 '만하다'에 대하여 - 강인한 요즘 잡지에서 흔히 보는 '만한'이라는 말. 편집자들은 절대적으로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을 신봉하는 이들이라서 "어..

달을 건너기 위한 블루스 - 이태윤

달을 건너기 위한 블루스 - 이태윤 내 몸 가장 어두운 곳으로 가 심장을 켜 놓았다 그러자 심장이 들려주었네 파도와 계단의 형식으로 어딘가 기록되어 있지만 기억나지 않는 당신이 비를 맞고 있다고 머지않아 당신은 내 입술을 빠져 나와 짧은 탄식이 될 것이다 오, 이렇게 지독한 센티멘털에 진저리 치면서 끝없이 몸을 바꾸는 낮과 밤들 그 어딘가로 계단이 통할 거라고 믿었지만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계단은 얼마나 쓸모 없는 것인가 그렇게 쓸모 없어진 계단들이 밀려와 파도가 된다 나는 내가 건강할 때 슬픔을 감당하기가 가장 힘들었다 아파할 순간에 아픔에서 소외되어 버리고 불행 속에서 불행하게 쫓겨나 버렸네 나는 아, 또 이렇게 난감한 멜랑꼴리에 몸서리치며 두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는 슬픔을 두 무릎 사이에 얼굴을 ..

상자 - 안도현

상자 - 안도현 접기만 해서는 상자가 될 수 없어 접어 반듯하게 세워야지 모서리를 만들어야 하는 거야 종이의 귀퉁이가 뾰족해지는 거 그게 모서리잖아 네가 뾰족해진다고 겁내지 않을 거야. 너는 바깥에서 모서리가 되렴 나는 안에서 구석이 될게. 그러면 상자가 되는 거잖아. 상자 안에 처음부터 무엇이 빼곡 들어 있었던 건 아니야 우리가 상자가 되면 맨 먼저 허공이 들어찰 거야 가만히 있어도 배가 부를 걸? 상자에 가만 귀 기울여 볼래? 병아리 소리가 새어 나올지도 몰라 상자 가득 사과를 담으면 아, 그 애의 잇몸이 보일지도 몰라. ('화장지 - 유강희' http://blog.daum.net/yjmoonshot/4542) ※안도현 동시집 를 읽으니 '詩 같은 동시'가 많다. '상자' 동시에서 두 가지 진리를 발..

가장 받고 싶은 상 - 이슬

머리핀을 사러 팬시점에 갔다. 예전에는 형형색색의 방울과 디즈니만화영화 캐릭터 핀이 유행이었는데 그 사이에 멋진 한글로 쓰여진 핀이 나왔네? '예쁜 공주', '귀욤 공주', '예쁜 딸', '사랑해' 등등 파스텔톤 악세사리들이 즐비하다. 예전에 이라는 옛 드라마에서 '귀남(최수종)'과 '후남(김희애)'처럼 아들과 딸의 성차별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겠다. 오히려 '딸바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딸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세상이 되었다. 어제 한 뉴스에서 동시를 선보였다. 전라북도교육청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것이다. 작년 10월 전북 부안군 무덕초등학교 6학년 1반이었던 '이슬'양의 '가장 받고 싶은 상'이라는 작품이다. 243편이 출품된 동시 공모전에서 최고상을 받았다고 한다. 6학년 아이는 동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