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 詩.....♡/동 시 ♬ 좋 아 147

직박구리 두 마리 - 안진영, 하지 못한 말 - 강삼영

직박구리 두 마리 - 약할 약 弱 안진영 아기 직박구리 두 마리 돌하르방 공원 밤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다. '여기 꼼짝 말고 있으면 먹을 거 구해서 돌아올게.' 엄마가 단단히 일러두기라도 했는지 나뭇가지가 흔들흔들 까마귀 떼 깍깍깍깍 우루루 우루루 사람들이 지나가도 고개 한 번 까딱하지 않고 아기 직박구리 두 마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 둘이 서로 어깨를 마주대고 弱 사뿐히 날개를 접고 弱 하지 못한 말 강삼영 승훈이가 자꾸 장난을 건다. 그러다 날 툭 치고 냅다 복도를 뛴다. 승훈이를 뒤쫓다 2층 계단에서 교장선생님을 만났다. "야, 너 이리 와 봐. 6학년이 이러니까 다른 애들도 다들 뛰는 거 아냐 너 사람과 동물이 다른 게 뭔 줄 알아?" '뛰었다고 벌주는 거요.' 창간호에 실림 안진영 제..

모두 골똘히 - 이준관

모두 골똘히 - 이준관 내가 교실 책상에서 수학 문제를 풀려고 골똘히 생각하고 있을 때 자두나무도 골똘히 생각하고 있겠지 어떻게 열매를 맺을까 하고 꼬마물떼새도 골똘히 생각하고 있겠지 물고기 잡으러 어디로 갈까 하고 해바라기 꽃도 골똘히 생각하고 있겠지 씨앗을 어떻게 빼곡이 채울까 하고 콧등에 송송 땀이 맺히는 줄도 모르고 손에 촘촘 땀이 배이는 줄도 모르고 나처럼 모두

채송화 - 이안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41932.html?_fr=mt3 채송화 의자가 아무리 많아도 채송화 앞에는 절대 의자를 갖다 놓지 말자 채송화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발바닥에 오르는 전기를 기다릴 수 있게 지금 채송화에 하양 노랑 자줏빛 꽃 전구가 켜져 있다면 방금 전까지 채송화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발바닥 전기를 찌릿찌릿 채송화에 주고 간 한 아이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게 ─ 동시집 ‘올해의 꽃’으로 채송화를 선정한 건 무슨 특별한 작정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몇 해 전 여름, 충주 시내를 걷다가 은행나무 가로수 아래 소복하게 돋아난 채송화를 만났다. 벌써 대부분 빤짝빤짝 꽃을 피웠지만 개중에는 아직 참새 발가락만큼 어린것도 있어서 가까운 슈퍼에서..

눈동자 - 이장근

눈동자 비가 오면 땅 여기저기에 물이 고여요 눈동자가 생겨요 비가 오면 땅은 하늘에 무슨 일 있나? 눈을 떠서 보나 봐요 친구가 울면 내 마음에도 눈동자가 생겨요 무슨 일 있나? 비가 그쳤는데도 친구 얼굴이 오래 아른거려요 이장근 동시집『칠판 볶음밥』(창비)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먼저 열고, 아삭아삭한 사과나 방울토마토를 먹으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지 아세요? 새콤한 과즙이 톡 터질 때면 엔돌핀이 '굿모닝!'이라고 인사를 하는 듯. 고슬고슬하게 막 지은 밥 위에 계란후라이는 필수죠! 땅콩을 넣은 멸치볶음과 잘 익은 김치, (시금치 나물이나 파프리카도 있다면 좋겠지만), 바삭거리는 돌김과 함께 밥을 먹고 요구르트 한 병 꼴깍 하면, 거울이 부르죠. 치카치카 끝내고 얼굴에 향기를 바르는데 문득 누군가 떠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