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로 - 김성호 로로 - 김성호 나는 너에 대해 쓴다. 솟구침, 태양의 계단, 조약돌이 되는 섬; 깊은 수심에 가라앉은 이야기를 떠올리다가 나는 너를 잊곤 한다. 로로, 네 빛깔과 온도를 나는 안다. 네 얼굴이 오래도록 어둠을 우려내고 있는 것을 안다. 더 이상 깊지도 낮지도 않은 맨살 같은 나날을 로로,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2.07
먼지처럼 - 이장욱 먼지처럼 - 이장욱 나는 코끼리의 귀가 되어 펄럭거리고 너는 개의 코가 되어 먼 곳을 향하고 우리는 공기 중을 부드럽게 이동하였다. 활명수(活命水)를 마시고 있는 약국 안의 사내와 함께 머리를 말리고 있는 여자의 거울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배경이 되어 무한히 지나갔다. 오늘 아침..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2.02
희망가 - 문병란 희망가 - 문병란(1935~ )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1.26
뿌리에게 - 나희덕 뿌리에게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 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부셔 잘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1.18
슬픔에 대하여 - 복효근 슬픔에 대하여 - 복효근 해가 산에서 마악 솟을 무렵 구름 한 자락 살짝 가리는 것 보았니? 깜깜한 방에 갑자기 불을 켤 때 엄마가 잠시 아이의 눈을 가렸다가 천천히 떼어주듯 잠에서 덜 깬 것들, 눈이 여린 것들 눈이 상할까봐 조금씩 조금씩 눈을 열어주는 구름 어머니의 따뜻한 손 그렇..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31
나는 이렇게 망했다 - 최금진 나는 이렇게 망했다 - 최금진 언제나 사람들은 내가 망하길 원했다 할 수만 있다면 몰래 발을 걸거나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하여, 나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불행해지기로 했다 똥과 구더기가 되기로 했다 실업자, 독신자, 떠돌이, 패가망신자, 빚쟁이 마침내 내가 길바닥에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29
포클레인 - 최금진 포클레인 - 최금진 비포장도로를 질주하기엔 알맞은 어둠이야 해골 같은 얼굴로, 정치를 말하고, 예쁜 척하는 헤헤헤 탈바가지처럼 웃는 TV와 태양을 갈아엎겠어 예수천당 불신지옥, 이런 극단적 명쾌함이 나는 좋아 저녁까지 뻣뻣하게 힘이 들어간 내 손목의 힘줄이 좋아 한 삽 가득 퍼..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29
스침에 대하여 - 송수권 스침에 대하여 - 송수권 직선으로 가는 삶은 박치기지만 곡선으로 가는 삶은 스침이다 스침은 인연, 인연은 곡선에서 온다 그 곡선 속에 슬픔이 있고 기쁨이 있다 스침은 느리게 오거나 더디게 오는 것 나비 한 마리 방금 꽃 한송이를 스쳐가듯 오늘 나는 누구를 스쳐가는가 저 빌딩의 회..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23
몬드리안의 담요 - 배세복 [2014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몬드리안의 담요 - 배세복 성큼성큼 들어와 붉은 사각형을 담요에 던지며 그가 말했다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빛이야 그때부터 그는 우리집 벽에 살았다 어느 해 나는 내 서재를 한 번도 열어주지 않으면서도 간신히 아내의 장롱 속에 들어간 적 있다 캄캄..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22
[시조] 외계인을 기다리며 - 양해열 외계인을 기다리며 ― 양해열(1963~ ) 끽해야 20광년 저기 저, 천칭자리 한 방울 글썽이며 저 별이 나를 보네 공평한 저울에 앉은 글리제 581g! 낮에 본 영화처럼 비행접시 잡아타고 마땅한 저곳으로 나는 꼭 날아가리 숨 쉬는 별빛에 홀려 길을 잃고 헤매리 녹색 피 심장이 부푼 꿈속의 ET 만..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