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 박후기 간 - 박후기 아버지는 침묵했다 병 앞에서 간처럼 침묵했다 아버지 등 뒤로 죽음 몰래 다가설 때마다 위험하다고 툭툭 등 두드리던 기침, 소리 침묵하는 간 심장과 엄마는 언제나 혼자 뛴다 약을 사러 갈 때도 약을 먹여야 할 때도 두근두근 울먹울먹 혼자만 서두른다 아버지, 여전히 침묵..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3.24
립스틱 발달사 - 서안나 립스틱 발달사 고대 메소포타미아 인들은 보석을 갈아 눈과 입에 발랐다 립스틱의 기원이 되었다 고대인들은 빛나는 눈과 입술로 별에 닿고 싶어했다, 라고 나는 단정한다 그러므로 날개는 별에서 태어난다 그러므로 내 눈과 입술에 별이 뜨고 날개가 돋는다, 란 논법엔 오류가 없다 클..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3.24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단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3.24
귀천 - 천상병 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3.24
소화(消化) - 차창룡 소화(消化) - 차창룡 차내 입구가 몹시 혼잡하오니 다음 손님을 위해서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주시기 바랍니다 승객 여러분 봄 여름 가을 입구에서 서성대고 계시는 승객 여러분 입구가 몹시 혼잡하오니 조금씩 안으로 들어가주시기 바랍니다 갈 봄 여름 없이 가을이 옵니다 다음 손님을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3.13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3.10
천국의 계단 - 이준관 천국의 계단 - 이준관 짐을 들고 가는 여자가 언제 이 지긋지긋한 동네를 떠나노 하고 투덜대며 올라가는 계단이 많은 동네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 계단에서 하늘과 가위 바위 보 놀이를 한다 하늘이 이기면 한 계단 내려오고 아이들이 이기면 한 계단 올라가고 계단을 올라가면 그 계단..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2.27
오래된 기도 - 이문재 오래된 기도 - 이문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2.27
버들치 - 김왕노 버들치 - 김왕노 나는 네 말이 내게 왔다가 사라지는 줄 알았다. 한 두레박 우물물이었다가 개울물로 흘러가 돌아오지 않는 줄 알았다. 구름이 되었다가 지리멸렬하는 줄 알았다. 한 시절 억새로 나부끼다가 가는 줄 알았다. 네 말이 여름 철새로 멀리 이동하는 줄 알았다. 미루나무 노란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