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바나나파이을 먹었다 - 유형진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바나나파이를 먹었다 - 유형진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나는 바나나파이를 먹었다 겨울이면 나타나는 별자리 이름의 제과회사에서 만든 것이었다 질 나쁜 노란색의 누가코팅 속에는 비누 거품같이 하얀 마시멜로가 들어 있었다 그 말랑하고 따뜻한 느낌, 달콤하고..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11
한란계 - 윤동주 한란계 - 윤동주 싸늘한 대리석 기둥에 목아지를 비틀어 맨 한란계 문득 들여다볼 수 있는 운명(運命)한 5척(尺) 6촌(寸)의 허리 가는 수은주 마음은 유리관보다 맑소이다. 혈관이 단조로워 신경질인 여론동물(輿論動物) 가끔 분수 같은 냉(冷) 침을 억지로 삼키기에 정력을 낭비합니다. 영..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08
눈 위에 쓰는 겨울시 - 류시화 눈 위에 쓰는 겨울시 - 류시화 누구는 종이 위에 시를 쓰고 누구는 사람 가슴에 시를쓰고 누구는 자취없는 허공에 대고 시를 쓴다지만 나는 십이월의 눈 위에 시를 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질 나의 시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01
화양연화 - 이병률 화양연화(花樣年華) - 이병률 줄자와 연필이 놓여 있는 거리 그 거리에 바람이 오면 경계가 서고 묵직한 잡지 귀퉁이와 주전자 뚜껑 사이 그 사이에 먼지가 앉으면 소식이 되는데 뭐 하러 집기를 다 덜어내고 마음을 닫는가 전파사와 미장원을 나누는 붉은 벽 그 새로 담쟁이 넝쿨이 오르..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01
절대고독 - 김현승 절대고독 - 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눈을 비비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영원의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내게로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뜻한 체온을 새로이 느낀..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1.28
인중을 긁적거리며 - 심보선 인중을 긁적거리며 - 심보선 내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천사가 엄마 배 속의 나를 방문하고는 말했다. 네가 거쳐온 모든 전생에 들었던 뱃사람의 울음과 이방인의 탄식일랑 잊으렴. 너의 인생은 아주 보잘것없는 존재부터 시작해야 해. 말을 끝낸 천사는 쉿, 하고 내 입술을 지그시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1.27
등에 부침 - 장석주 등(燈)에 부침 - 장석주 1 누이여, 오늘은 왼종일 바람이 불고 사람이 그리운 나는 짐승처럼 사납게 울고 싶었다. 벌써 빈 마당엔 낙엽이 쌓이고 빗발들은 가랑잎 위를 건너 뛰어다니고 나는 머리칼이 젖은 채 밤 늦게까지 편지를 썼다. 자정 지나 빗발은 흰 눈송이로 변하여 나방이처럼 소..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1.20
의자 - 이영광, 이정록, 조병화 의자 - 이영광 앉아 있는 사람의 몸 아래에 어느 새 먼저 와서 앉아 있는 사람 의자는 먼 곳에서 쉼 없는 네 발로 삐걱삐걱 걸어 여기 왔다 의자의 이데아는, 마르고 다정하고 아픈 몸을 한 늙은 신일 것이다 -월간『현대시』(2009, 3) -시집『아픈 천국』(창비, 2010) 의자 - 이정록 병원에 갈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1.20
모스크바의 하루 사라 키르쉬- 심보선 모스크바의 하루 사라 키르쉬 - 심보선 열두 시 정각에 푸슈킨의 등에서 분수가 켜졌다 나는 햇볕에 앉아 담배를 태웠다 참새와 비둘기들 그리고 마침 목욕을 끝낸 그 밖의 노래새들이 나무 속으로 내던져졌다 내 곁에서 검은 외투를 입은 한 농부가 아주 진지하게 긴 시구를 읽었다 한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1.20
첫 줄 - 심보선 첫 줄 ― 심보선 첫 줄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써진다면 첫눈처럼 기쁠 것이다. 미래의 열광을 상상 임신한 둥근 침묵으로부터 첫 줄은 태어나리라. 연서의 첫 줄과 선언문의 첫 줄. 그것이 써진다면 첫아이처럼 기쁠 것이다. 그것이 써진다면 죽음의 반만 고심하리라. 나머지 반으로는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