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예수 - 정호승 서울의 예수 - 정호승 1 예수가 낚시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있다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0.24
발레리나 - 최현우 2014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발레리나 최현우 부슬비는 계절이 체중을 줄인 흔적이다비가 온다, 길바닥을 보고 알았다당신의 발목을 보고 알았다부서지고 있었다사람이 넘어졌다 일어나는 몸짓이 처음 춤이라 불렸고바람을 따라한 모양새였다날씨는 가벼워지고 싶을 때 슬쩍 발목을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0.21
단단한 물방울 - 김유진 단단한 물방울 - 김유진 참 단단한 물방울이라 여기면서, 밤을 깐다복도가 나오고 수 많은 문이 보인다벌레는 아주 가끔씩 빛처럼 부서졌다그때 흔들린 손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한 말을 다시 반복하는 뉴스는 보았다나는 물을 마신다 물이 흩어진다 수 많은 문이 열린다흩어진 수 많은..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0.19
땅의 연가 - 문병란 땅의 연가(戀歌) - 문병란 나는 땅이다 길게 누워 있는 빈 땅이다 누가 내 가슴을 갈아엎는가? 누가 내 가슴에 말뚝을 박는가? 아픔을 참으며 오늘도 나는 누워 있다. 수많은 손들이 더듬고 파헤치고 내 수줍은 새벽의 나체 위에 가만히 쓰러지는 사람 농부의 때묻은 발바닥이 내 부끄런 가..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0.17
편지 - 이재금 편지 - 이재금 가을 저무는 언덕에 올라 까치밥으로 호롱불 하나 달아놓고 올해 마지막 감을 땁니다 지금 한숨 거둬들인 들판 위엔 서리까마귀 날갯짓만 무성합니다 저만큼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시린 손끝 불며 불며 들깨 참깨 조 수수 보리 볍씨 올망졸망 멱서리에 챙겨 넣고 우물가에..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0.13
오적 - 김지하 오적 - 김지하 1. 시(詩)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말고 똑 이렇게 쓰럇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맞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겄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0.09
간고등어 - 김완수 간고등어 - 김완수 ‘맛 좋고 싱싱한 안동 간고등어가 왔어요.’ 불시의 택배처럼 동네를 찾은 소리가 내 아픈 유년 시절을 살 바르듯 헤집는다 행여 골목 어귀에서 생선 굽는 냄새 나면 난 이르듯 조르르 어머니에게로 갔고 어머닌 낡은 지갑만 만지고 또 만지셨다 내 유년의 고등어는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0.09
시인과 소설가 - 오탁번 시인과 소설가 - 오탁번 어느 날 거나하게 취한 김동리가 서정주를 찾아가서 시를 한 편 썼다고 했다 시인은 뱁새눈을 뜨고 쳐다봤다 -어디 한번 보세나 김동리는 적어오진 않았다면서 한번 읊어보겠다고 했다 시인은 턱을 괴고 눈을 감았다 -꽃이 피면 벙어리도 우는 것을... 다 읆기..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0.06
속수무책 - 김경후 속수무책 - 김경후(1971~ ) 내 인생 단 한 권의 책 속수무책 대체 무슨 대책을 세우며 사냐 묻는다면 척하고 내밀어 펼쳐줄 책 썩어 허물어진 먹구름 삽화로 뒤덮여도 진흙참호 속 묵주로 목을 맨 소년병사의 기도문만 적혀있어도 단 한 권 속수무책을 나는 읽는다 찌그러진 양철시계엔 바..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30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 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