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극세사 - 복효근 초극세사 - 복효근 혼자서 때를 미는 나에게 아들만큼이나 장한 게 초극세사 때밀이 타올이다 비누를 바르고 초극세사로 밀면 시원하다 거기까진 좋은데 힘 조절에 실패하여 번번히 살갗을 벗기고 만다 거친 이태리타올 같으면 살살 문질러보지만 극세사 부드러움에 속아 내가 내 살갗..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17
탱자 - 복효근 탱자 - 복효근 가시로 몸을 두른 채 귤이나 오렌지를 꿈꾼 적 없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밖을 향해 겨눈 칼만큼이나 늘 칼끝은 또 스스로를 향해 있어서 제 가시에 찔리고 할퀸 상처투성이다 탱자를 익혀온 것은 자해 아니면 고행의 시간이어서 썩어 문드러질 살보다는 사리 같은 씨알뿐 탱..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16
임솔아 시 모음 옆구리를 긁다 - 임솔아 (2013년 중앙일보 신인상 당선작) 빈대가 옮았다 까마귀 몇 마리가 쥐 한 마리를 사이좋게 찢어먹는 걸 구경하다가 아무 일 없는 길거리에 아무 일 없이 앉아 있다가 성스러운 강물에 두 손을 적시다가 모를 일이지만 풍경의 어디선가 빈대가 옮았다 빈대는 안 보이..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16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 김민정 피해라는 이름의 해피 - 김민정 만난 첫날부터 결혼하자던 한 남자에게 꼭 한 달 만에 차였다 헤어지자며 남자는 그랬다 너 그때 버스 터미널 지나오며 뭐라고 했지? 버스들이 밤이 되니 다 잠자러 오네 그랬어요 너 일부러 순진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16
그때 유언처럼 말하겠습니다 - 이충기 그때 유언처럼 말하겠습니다 - 이충기 입 안에서 아낀답니다 감사하는 말 마음속에서 간직한답니다 고맙다는 말 누군가가 묻습니다 말을 하지 않으면 네 속을 어찌 알겠느냐고요 나는 대답합니다 고마움이 태산만하고 감사함이 하늘만하니 이를 어찌 짧은 단어 한 두마디 말로써 죄다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14
길, 문 - 이경록 길 길은, 대지로 여울지는 하나의 기억. 이쪽과 저쪽을 사이하고 오늘과 내일을 이어 먼 강안江岸에서 서로 손을 흔들며 부르는 염원의 자세. 해연처럼 깃발이 펄럭이던 그 푸른 의미의 하늘이 나직이 내려와 있고 조금은 가뿐한 몸매로의 꽃, 꽃들도 피어 있는 길은, 하나의 모성으로 무..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12
무령왕의 금제관식, 무령왕의 목관 - 문효치 무령왕의 금제관식 - 문효치 님은 불 속에 들어 앉아 계시다. 심지를 돋궈 삼계를 골고루 밝히며 한 송이 영혼으로 타고 있는 순금. 백제 장인의 손톱자국이 살아서 꾸물꾸물 움직여 바로 내 앞을 지나며 다시 먼먼 유계의 나라에까지 이르노니 당신의 머리 위에 얹히어 타던 불, 천하를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12
꽃피는 칼, 스프링벅 - 최정아 제6회 천강문학상 시부문 대상 꽃피는 칼 - 최정아 칼자루도 없이 칼은 새파랗다 봉안鳳眼이 조각되어 있는 칼날, 칼이 하는 일은 바람을 베는 일이지만 자투리 필요한 한 뭉치 바람이 스스로 와서 베일 때가 많다. 이 칼은 광석이 아니다. 양쪽 날을 가지고 있는 검劍의 끝은 여전히 벼려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04
2014 천강문학상 시부문 수상작과 심사평 제6회 천강문학상 시부문 수상작 모음 대상 꽃피는 칼 칼자루도 없이 칼은 새파랗다 봉안鳳眼이 조각되어 있는 칼날, 칼이 하는 일은 바람을 베는 일이지만 자투리 필요한 한 뭉치 바람이 스스로 와서 베일 때가 많다. 이 칼은 광석이 아니다. 양쪽 날을 가지고 있는 검劍의 끝은 여전히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04
맛있었던 것들 - 한영옥 맛있었던 것들 - 한영옥(1950∼ ) 실한 풋고추들이 쪼개져 있었다. 쪼개진 풋고추 처음 보여준 사람은 고추전 잘 부치시는 우리 어머니 풋고추 싱그럽게 채반 가득한 꿈이 아침나절 덮어와 어머니 곁에 왔다 함께 기우는 목숨 언저리 햇살 한껏 잡아당겨 서로를 찬찬히 눈여겨두는 나물 그..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