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 이성복 바다 - 이성복(1952〜 ) 서러움이 내게 말 걸었지요 나는 아무 대답도 안 했어요 서러움이 날 따라왔어요 나는 달아나지 않고 그렇게 우리는 먼 길을 갔어요 눈앞을 가린 소나무숲가에서 서러움이 숨고 한 순간 더 참고 나아가다 불현듯 나는 보았습니다 짙푸른 물굽이를 등지고 흰 물..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8.22
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1941〜 ) 여름에는 저녁을 마당에서 먹는다 초저녁에도 환한 달빛 마당 위에는 멍석 멍석 위에는 환한 달빛 달빛을 깔고 저녁을 먹는다 숲속에서는 바람이 잠들고 마을에서는 지붕이 잠들고 들에는 잔잔한 달빛 들에는 봄의 발자국처럼 잔잔한 풀잎들 마을도..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8.21
감자를 먹는 저녁 - 원무현 감자를 먹는 저녁 - 원무현 대처에 나간 자식들 모여서 방금 쪄낸 감자를 먹는다 둥글둥글 실한 수확물이 김을 뿜어낸다 척박한 땅이지만 올망졸망 어린 것들 더우나 추우나 내 몸인 듯 건사한 흙의 뜨거운 호흡이 백열등 불빛 아래서 꿈틀거린다 어머니가 치마를 끌어내려 정맥이 불거..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8.21
어떤 종이컵에 대한 관찰 기록 - 복효근 어떤 종이컵에 대한 관찰 기록 - 복효근 그 하얗고 뜨거운 몸을 두 손으로 감싸고 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 사랑은 이렇게 달콤하다는 듯 붉은 립스틱을 찍던 사람이 있었겠지 채웠던 단물이 다 비워진 다음엔 이내 버려졌을, 버려져 쓰레기가 된 종이컵 하나 담장 아래 땅에 반쯤..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8.07
끝말잇기 - 김성규 끝말 잇기 ― 김성규(1977∼ ) 물고기가 처음 수면 위로 튀어오른 여름 여름 옥수수밭으로 쏟아지는 빗방울 빗방울을 맞으며 김을 매는 어머니 어머니를 태우고 밤길을 달리는 버스 버스에서 졸고 있는 어린 손잡이 손잡이에 매달려 간신히 흔들리는 누나의 노래 노래가 소용돌이치며 흘..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8.06
멀리 가는 물 - 도종환 멀리 가는 물 -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렵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8.03
[시조]녹조 현상 보고서 - 조은덕 녹조 현상 보고서 - 조은덕(1955~ ) 종일 끓고 있는 국밥집 간판 아래 가난을 휘휘 저어 한 술 세상 퍼올린다 바람이 물살 밀고 와 흐린 창을 닦는다 무겁게 몸을 트는 강물에 빠진 태양 녹색 이끼 감아 쥐고 가쁜 숨 몰아쉰다 폐수에 실려 나오는 변종된 유색 포자 체류기간 길게 늘인 그림..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7.27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장정일 햄버거에 대한 명상 - 가정요리서로 쓸 수 있게 만들어진 詩 - 장정일 옛날에 나는 금이나 꿈에 대하여 명상했다. 아주 단단하거나 투명한 무엇들에 대하여 그러나 나는 이제 물렁물렁한 것들에 대하여도 명상하련다. 오늘 내가 해보일 명상은 햄버거를 만드는 일이다. 아무나 손쉽게, 많..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7.25
뒷굽 - 허형만 뒷굽 - 허형만(1945~) 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 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하는 말이 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들렸다가 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 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 우빨이네요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7.24
새벽편지 - 곽재구 새벽 편지 -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