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 조선의 의자 - 조선의 나란히 앉고 싶습니다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다가 나란히 걸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양쪽이 되고 싶습니다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5.03
저녁 여덟시 - 최금진 저녁 여덟시 - 최금진 보내지 못하고 서랍에 넣어둔 물고기 편지들은 해저에 산다 단어들은 허옇게 배를 내놓고 죽어가겠지 모래를 사랑한 사람은 모래가 되고 내게 남겨놓은 너의 눈먼 개들은 짖지 않는다 조개껍질이 되어 바다 밑을 구르는 일처럼 혼자 밥을 먹는 일처럼, 한없이 존재..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4.24
북어 - 최승호 북어 -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4.22
[스크랩] 어머니 / 김초혜(1~ 52) . 어머니 / 김초혜 1. 한몸이었다 서로 갈려 다른 몸 되었는데 주고 아프게 받고 모자라게 나뉘일 줄 어이 알았으리 쓴 것만 알아 쓴 줄 모르는 어머니 단 것만 익혀 단 줄 모르는 자식 처음대로 한몸으로 돌아가 서로 바꾸어 태어나면 어떠하리 2 우리를 살찌우던 당신의 가난한 피와 살은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4.17
[스크랩] 삭(朔) / 황연진 퍼낼 수 없는 우물이 있습니다 허물지 못하는 무덤이 있습니다 고대의 밤에 이미 능욕을 당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의 것이기 보다 누구나의 것이었으므로 단 하나의 음률에 흐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얼굴을 쓰다듬으면 얼굴이 없어집니다 어깨를 껴안으면 어깨가 달아납니다 가슴은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3.04
[스크랩] 부드러운 칼 / 황연진 날이 잘 선 칼은 부드럽다 이 빠지고 무디어진 칼 대신 새로 사 온 식칼은 도마 위의 김치 폭을 쓰다듬듯 부드럽게 썰어내었다 살짝만 눌러도 소리 하나 없이 무나 당근, 고깃덩어리가 뭉텅 잘린다 이 칼에 가슴 한 구석을 베인다 해도 아픔을 못 느끼고 웃을 것 같다 예리하게 파고드는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3.04
동태의 기억력 - 박상현 동태의 기억력 - 錦脈 박상현 동태에게 명태 시절의 기억을 물으면 한 마디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동태의 머리를 툭툭 치며 한심하다고 야단치지 마라! 기억을 되살려 준다며 동해로 질질 끌고 가지도 마라! 동태는 기억이 안 나서 대답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입이 얼어서 대답..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2.20
몬드리안의 담요 - 배세복 [2014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몬드리안의 담요 / 배세복 성큼성큼 들어와 붉은 사각형을 담요에 던지며 그가 말했다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빛이야 그때부터 그는 우리집 벽에 살았다 어느 해 나는 내 서재를 한 번도 열어주지 않으면서도 간신히 아내의 장롱 속에 들어간 적 있다 캄..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2.11
뒷굽 - 허형만 뒷굽 - 허형만(1945∼) 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 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하는 말이 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들렸다가 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 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 우빨이네요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1.23
느낌 - 이성복 느낌 - 이성복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