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罪) - 김복근 죄(罪) - 김복근(1950~) - 파자(破字) 11 나는 죄 많은 사람 눈물로 쓴 참회록엔 하루에도 몇 번씩 죄를 짓고 살았다 법망[罒]은 옳지 않은 일[非] 걸러내지 못했지만 나는 내가 지은 죄를 알고 있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우기며 실실이 피어나는 꽃을 무잡하게 희롱하고 가벼운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03
교감(交感) - 이승하 교감(交感) 이승하 내가 잠든 하룻밤 사이 얼마나 많은 별이 새로 태어나 빛을 발하는지 헤아리지 못하는 내 혼은 너무 곤궁하구나 내가 노동한 하루 낮 사이 얼마나 많은 별이 숨져 우주의 한 공간이 어두워졌는지 헤아리지 못하는 내 몸은 너무 빈약하구나 보이는 별과 보이지 않는 별..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02
화가 뭉크와 함께 - 이승하 화가 뭉크와 함께 이승하 어디서 우 울음소리가 드 들려 겨 견딜 수가 없어 나 난 말야 토 토하고 싶어 울음소리가 끄 끊어질 듯 끄 끊이지 않고 드 들려와 야 양팔을 벌리고 과 과녁에 서 있는 그런 부 불안의 생김새들 우우 그런 치욕적인 과 광경을 보면 소 소름 끼쳐 다 다 달아나고 싶..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02
소주병, 놀랜 강 - 공광규 소주병 -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끝에 쪼그려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놀랜 강 - 공광규 강물은 몸에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02
씨감자 - 정재영 씨감자 ㅡ 정재영 (1963∼) 제 몸의 반을 나누어 주고 상처를 재로 다스리며 땅에 묻히지 않고 어떻게 주렁주렁 열리는 감자가 될 수 있을까? 반쪽의 감자로 나누어져서야 씨감자가 되는 달콤한 상처 티눈 몇 개를 두고 온몸으로 아픔을 다스리며 슬픔의 눈을 옆으로 옮겨 붙으며 서로에게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02
한 삽의 흙 - 나희덕 한 삽의 흙 - 나희덕(1966∼) 밭에 가서 한 삽 깊이 떠놓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삽날에 발굴된 낯선 흙빛 오래 묻혀 있던 돌맹이들이 깨어나고 놀라 흩어지는 벌레들과 사금파리와 뿌리들로 이루어진 말의 지층 빛에 마악 깨어난 세계가 하늘을 향해 봉긋하게 엎드려 있다 묵정밭 같은 내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9.01
밭 한 뙈기 - 권정생 밭 한 뙈기 - 권정생 사람들은 참 아무것도 모른다. 밭 한 뙈기 논 한 뙈기 그걸 모두 '내'거라고 말한다. 이 세상 온 우주 모든 것이 한 사람의 '내'것은 없다. 하나님도 ‘내'거라고 하지 않으신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모두의 것이다. 아기 종달새의 것도 되고 아기 까마귀의 것도 되고 다람..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8.27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8.27
문병 - 문태준 문병 - 문태준 그대는 엎질러진 물처럼 누워 살았지 나는 보슬비가 다녀갔다고 말했지 나는 제비가 돌아왔다고 말했지 초롱꽃 핀 바깥은 말하려다 나는 그만두었지 그대는 병석에 누워 살았지 그것은 수국(水國)에 사는 일 그대는 잠시 웃었지 나는 자세히 보았지 먹다 흘린 밥알 몇 개를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8.25
대숲, 피리소리 - 구재기 대숲, 피리소리 - 구재기 바람이 불어오자 대숲의 대나무들은 일제히 몸을 굽혔다 몸을 굽힐 때마다 우둑우둑 마디 굵어지고 마디 사이 속 비우는 피리소리가 아프게 들려왔다 바람 앞에서도 한평생 푸르게 살아올 수 있는 것은 저토록 몸을 굽혀 마디마디에서 울려나오는 아픈 피리소리..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