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쇳물 쓰지 마라 - 제페토 시인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 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 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 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 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6.25
[2015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당선작] 임지은 [2015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당선작] 개와 오후 - 임지은 둘둘 말아놓은 오후는 옷장 밑으로 굴러 들어간다 꺼내려 할수록 깊숙이 처박힌다 개가 인형을 물고 뜯는다는 것은 산책이 필요하다는 신호 나는 움직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시계에서 꺼낸 숫자를 개에게 던져준다 그러자 한 시이..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6.18
통화권이탈지역 - 고형렬 통화권이탈지역 고형렬(1954~ ) 문득, 통화권이탈지역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소란한 세상을 닫아건 잎들의 무늬를 읽는다 그대 잠시 두리번, 결락된 감각을 찾는가 소리 없이 엽록체의 통화권이탈지역은 동물들의 울음과 이동이 찍히지 않는 영토 이 영역은 우리에게 불가침지역에 해당하..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6.17
검은 봉지의 마음 - 이현호 검은 봉지의 마음 - 이현호 말하지 않아도 검은 봉지에 담아주는 것이다 배려란 이런 것이라는 듯 검은 봉지 속 같은 밤을 걸어 타박타박 돌아가다 보면 유리의 몸들이 부딪는 맑은 울음소리 난다 혼자는 아니라는 듯이 혼자와 환자 사이에는 ㅏ라는 느낌씨 하나가 있을 뿐 아아, 속으로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6.16
밤하늘 - 차창룡 밤하늘 - 차창룡 산 위에서 올려다보니 별 서너 개 저기 또 하나 잡으려면 어느새 숨어버리는 이처럼 내 마음을 간지르는 저 별 손톱으로 꼭 눌러 죽이고 싶은 마음의 가려움 내려다보니 이토록 많은 별들 꿈꾸는 눈빛에게 시간은 더디 흐른다 밤새도록 흘러도 늘 제자리인 저 강물 속 강..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6.16
철거 - 김록 철거 - 김록(1968∼ ) 24톤의 집이 무너졌다 지은 집이 폐기물이 되는 데 33년이나 걸렸다 무너진 곳을 가보니 인부가 감나무터에서 오줌을 싸고 있었다 오래된 뿌리에, 무엇을 들이대며 거름도 되지 못할 그 같은 짓을 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이렇게 성(誠), 인(仁), 인(忍)을 욕되게 하고 남의..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6.15
침묵 수도원 - 서영처 침묵 수도원 ㅡ 서영처 마른 담쟁이덩굴에 덮여 침묵은 자란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져서 창틀을 흔드는 바람, 삐걱대는 계단, 죽은 수도사들의 추억까지 우물우물 되새김질한다 천장에 가닿는 쑥대머리 기둥을 흔들어놓는 몸집 침묵의 등은 휘어진다 종 줄은 침묵의 둔부에서 자라나는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6.15
휴전선 - 박봉우 휴전선 / 박봉우(1934∼1990)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 같은 정신도 신라 같은 이야기..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6.14
이사 - 박영근 이사 - 박영근 1 내가 떠난 뒤에도 그 집엔 저녁이면 형광등 불빛이 켜지고 사내는 묵은 시집을 읽거나 저녁거리를 치운 책상에서 더듬더듬 원고를 쓸 것이다 몇 잔의 커피와, 담배와, 새벽녘의 그 몹쓸 파지들 위로 떨어지는 마른 기침소리 누가 왔다갔는지 때로 한 편의 시를 쓸 때마다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5.29
레몬 - 김완수 레몬 - 김완수 레몬은 나무 위에서 해탈한 부처야 그러잖고서야 혼자 세상 쓴맛 다 삼켜 내다가 정신 못 차리는 세상에 맛 좀 봐라 하고 복장(腹臟)을 상큼한 신트림으로 불쑥 터뜨릴 리 없지 어쩌면 레몬은 말야 대승(大乘)의 목탁을 두드리며 히말라야를 넘던 고승이 중..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