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 사람들 - 정영선 모래알 사람들 - 정영선 근심을 모아두는 창고가 있는 게 분명해 이 도시를 떠날 때 찾아가게 하는 조명으로 밤이 찬란해진 도시 사람마다 걱정을 맡기다 자신까지 맡긴 얼굴이다 높은 건물 탑의 번지점프를 보고 있었는데 어느 문으로 떠밀렸다 지중해 푸르스름한 하늘 천장 젊어진 저..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5.13
푸른 오월 - 노천명 푸른 오월 - 노천명 청자(靑瓷) 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5.13
시래기 한 움큼 - 공광규 시래기 한 움큼 공광규(1960∼ ) 빌딩 숲에서 일하는 한 회사원이 파출소에서 경찰서로 넘겨졌다 점심 먹고 식당 골목을 빠져나올 때 담벼락에 걸린 시래기 한 움큼 빼서 코에 부비다가 식당 주인에게 들킨 것이다 “이봐, 왜 남의 재산에 손을 대!” 반말로 호통 치는 식당 주인에게 회사..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5.12
공광규 시모음 공광규 시모음 소주병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시집 <소주병>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5.12
목숨을 걸고 - 이광웅 ▲ 뒤쪽에서 본 시인 이광웅 시비 ⓒ 조종안 관련사진보기 목숨을 걸고 - 이광웅 이 땅에서 진짜 술꾼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술을 마셔야 한다. 이 땅에서 참된 연애를 하려거든 목숨을 걸고 연애를 해야 한다. 이 땅에서 좋은 선생이 되려거든 목숨을 걸고 교단에 서야 한다. 뭐든지 진..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5.12
늙는 것의 서러움 - 마광수 늙는 것의 서러움 ― 마광수(1951∼ ) 어렸을 때 버스를 타면 길가의 집들이 지나가고 버스는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어렸을 때 물가에 서면 물은 가만히 있고 내가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 버스를 타면 집들은 가만히 있고 나만 달려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지..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5.06
소 - 김기택 소 - 김기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5.04
달팽이 - 김사인 달팽이 ㅡ 김사인 귓속이 늘 궁금했다 그 속에는 달팽이가 하나씩 산다고 들었다 바깥 기척에 허기진 그가 저 쓸쓸한 길을 냈을 것이다 길 끝에 입을 대고 근근이 당도하는 소리 몇 낱으로 목을 축였을 것이다 달팽이가 아니라 도적굴로 붙들려 간 옛적 누이거나 평생 앞 못 보던 외조부..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5.03
오, 바틀비 - 김소연 오, 바틀비 - 김소연 모두가 천만다행으로 불행해질 때까지 잘 살아보자 던 맹세가 흙마당에서 만개해요, 사월의 마지막 날은 한나절이 덤으로 주어진 괴상한 날이에요, 모두가 공 평무사하게 불행해질 때까지 어떻게든 날아보자던 나 비들이 날개를 접고 고요히 죽음을 기다리는 봄날이..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4.28
공 속의 허공 - 최필녀 공 속의 허공 ― 채필녀(1958∼ ) 공이 대문 한쪽에 놓여 있다 저 공, 운동장 한구석에서 주워왔다 그 한구석도 어딘가에서 굴러왔을 것이다 또 어딘가에서 또 어딘가에서 왔을 것이다 무심하게 놓여진 공은 또 어딘가로 가고 있을 것이다 공은 한 번도 스스로 굴러본 적이 없다 우주가 돌..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