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스무 살로 내린다 - 복효근 눈은 스무 살로 내린다 - 복효근 이렇게 춥고 눈이 쌓이는 날엔 신부야 가난한 우리가 더 깊은 산골로 가서 산골로 가서 눈에 묻혀 한 스무 살 쯤으로 살면 좋겠다 지하수 펌프가 얼어서 내가 장작을 패고 있는 사이 계곡물을 길러 가는 신부야 네 귀가 추위에 빨갛게 얼었구나 나는 패던 ..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12.30
나는 이렇게 망했다 - 최금진 나는 이렇게 망했다 - 최금진 언제나 사람들은 내가 망하길 원했다 할 수만 있다면 몰래 발을 걸거나 죽이고 싶었을 것이다 하여, 나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불행해지기로 했다 똥과 구더기가 되기로 했다 실업자, 독신자, 떠돌이, 패가망신자, 빚쟁이 마침내 내가 길바닥에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29
귀로 듣는 눈 - 문성해 귀로 듣는 눈 - 문성해 눈이 온다 시장 좌판 위 오래된 천막처럼 축 내려 앉은 하늘 허드레 눈이 시장 사람들처럼 왁자하게 온다 쳐내도 쳐내도 달려드는 무리들에 섞여 질긴 몸뚱이 하나 혀처럼 옷에 달라붙는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실밥을 따라 떨어진다 그것은 눈송이 하나가 내..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12.29
포클레인 - 최금진 포클레인 - 최금진 비포장도로를 질주하기엔 알맞은 어둠이야 해골 같은 얼굴로, 정치를 말하고, 예쁜 척하는 헤헤헤 탈바가지처럼 웃는 TV와 태양을 갈아엎겠어 예수천당 불신지옥, 이런 극단적 명쾌함이 나는 좋아 저녁까지 뻣뻣하게 힘이 들어간 내 손목의 힘줄이 좋아 한 삽 가득 퍼..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29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눈 오는 지도 - 윤동주 순이順伊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 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슬픈 것처럼 창밖에 아득히 깔린 지도 우에 덮인다. 방안을 돌아다 보아야 아무도 없다. 벽과 천정이 하얗다. 방안에까지 눈이 나리는 것일까,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처럼 훌훌이 가는 것이냐, 떠나..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12.27
겨울새 - 윤삼현 겨울새26 - 윤삼현 하늘을 나는 새를 봐 질서 공부 끝! 겨울새4 - 윤삼현 지도 한 장 없이 떠나도 걱정 없어요 조그만 눈이라도 세상길이 훤해요 해를 품고 날으니까 달을 안고 날으니까. 겨울새51 - 윤삼현 하늘이랑 호수랑 늘 가까이 지내는 이유가 있더라 호수가 심심하다 싶으면 하늘이 .. 詩 詩 詩.....♡/동 시 ♬ 좋 아 2014.12.23
스침에 대하여 - 송수권 스침에 대하여 - 송수권 직선으로 가는 삶은 박치기지만 곡선으로 가는 삶은 스침이다 스침은 인연, 인연은 곡선에서 온다 그 곡선 속에 슬픔이 있고 기쁨이 있다 스침은 느리게 오거나 더디게 오는 것 나비 한 마리 방금 꽃 한송이를 스쳐가듯 오늘 나는 누구를 스쳐가는가 저 빌딩의 회..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23
함박눈 - 오탁번 함박눈 - 오탁번 오늘 또 손을 데었다 장작 난로에 고구마를 굽다가 껍질이 까맣게 탄 걸 보고 맨손으로 집으려다가 앗! 뜨거! 소리쳤다 손가락이 욱신거리며 바로 물집이 부풀어 올랐다 어제는 라면 끓이던 냄비를 맨손으로 잡다가 앗! 뜨거! 내동댕이쳤다 끓는 물에 손가락과 발등이 벌..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12.23
몬드리안의 담요 - 배세복 [2014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몬드리안의 담요 - 배세복 성큼성큼 들어와 붉은 사각형을 담요에 던지며 그가 말했다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빛이야 그때부터 그는 우리집 벽에 살았다 어느 해 나는 내 서재를 한 번도 열어주지 않으면서도 간신히 아내의 장롱 속에 들어간 적 있다 캄캄..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12.22
엉큼한 군자란 - 이규자 엉큼한 군자란 한 번도 꽃을 피운 적이 없었지 십여 년을 그렇게 햇살 가득한 어느 봄날 너의 튼실한 잎사귀마저 눈에 거슬렸어 화분에 물을 주며 이번 이사 갈 때는 버리고 갈 거라고 말했지 제구실을 못한다고 입에 가시를 달고 콕콕 찔렀지 해마다 잘 피는 꽃들을 들먹이면서 그 소리.. 詩 詩 詩.....♡/달 별 풀 꽃 새 2014.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