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섬 - 나호열 떠도는 섬 - 나호열 섬들이 부딪치지 않으려고 파도로 외로움을 만드는 시간 눈에 불심지를 매단 차들이 조심조심 좌우로 앞뒤로 순례의 길을 간다 섬 속에 살고 있는 또 하나의 섬 무언의 깜빡이를 켜고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는 신을 닮은 우리는 스스로 고독한 채 말문을 닫는다 길 위에..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5.05
의자 - 조선의 의자 - 조선의 나란히 앉고 싶습니다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다가 나란히 걸어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양쪽이 되고 싶습니다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5.03
사랑이 말을 더듬거렸다 - 이성부 사랑이 말을 더듬거렸다 / 이성부 산이 땅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산을 일구며 올라간다 이 산을 따라가는 내 발걸음도 갈수록 무거워 나는 내가 버겁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손쉽게 오지 않는 법이다 그럴듯한 수사나 바람둥이 같은 매끄러움 부려도 오지 않는다 이 산을 가운데 두.. 詩 詩 詩.....♡/사 랑 그 리 고 2014.05.03
이야기 주머니 - 정재분 이야기 주머니 ㅡ 정재분(1954~)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람이 자꾸만 따라 온다 금낭화 주머니에서 옛 이야기 흘러나오면 바람도 풀잎도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한 자루씩 한 자루씩 금낭화 주머니에서 솔솔 굴러 나오는 아침 햇살 같은 이야기 말 많은 참새들도 그때만은 조용히 입을 다.. 詩 詩 詩.....♡/동 시 ♬ 좋 아 2014.05.03
그때 처음 알았다 - 정채봉 그때 처음 알았다 - 정채봉 참숯처럼 검은 너의 눈동자가 거기 있었다 눈을 뜨고도 감은 것이나 다름없었던 그믐밤 길에 나에게 다가오던 별이 있었다 내 품안에 스러지던 별이 있었다 지상에도 별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詩 詩 詩.....♡/사 랑 그 리 고 2014.04.29
약초 캐는 사람 - 이동훈 약초 캐는 사람 - 이동훈(1970∼ ) 언젠가 일 없는 봄이 오면 약초 캐는 산사람을 따라가려 해. 짐승이 다니는 길로만 가는 그를 안간힘으로 따라붙으면 물가 너럭바위 어디쯤 쉬어가겠지. 버섯이나 풀뿌리 얼마큼을 섞어 근기 있는 라면으로 배를 불리면 마른 노래 한 소절이라도 읊게 될 .. 詩 詩 詩.....♡/사 랑 그 리 고 2014.04.28
긴 봄날 - 허영자 긴 봄날 - 허영자 어여쁨이야 어찌 꽃뿐이랴 눈물겹기야 어찌 새 잎뿐이랴 창궐하는 疫病 罪에서조차 푸른 미나리 내음 난다 긴 봄날엔― 숨어사는 섧은 情婦 난쟁이 오랑캐꽃 외눈 뜨고 내다본다 긴 봄날엔―. 詩 詩 詩.....♡/눈 비 봄 길 섬 2014.04.27
저녁 여덟시 - 최금진 저녁 여덟시 - 최금진 보내지 못하고 서랍에 넣어둔 물고기 편지들은 해저에 산다 단어들은 허옇게 배를 내놓고 죽어가겠지 모래를 사랑한 사람은 모래가 되고 내게 남겨놓은 너의 눈먼 개들은 짖지 않는다 조개껍질이 되어 바다 밑을 구르는 일처럼 혼자 밥을 먹는 일처럼, 한없이 존재..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4.24
쓸쓸한 길 - 백석 쓸쓸한 길 - 백석 거적장사 하나 산 뒷녚 비탈을 오른다 아ㅡ 따르는 사람도 없이 쓸쓸한 쓸쓸한 길이다 산 가마귀만 울며 날고 도적갠가 개 하나 어정어정 따러간다 이스라치전이 드나 머루전이 드나 수리취 땅버들의 하이얀 복이 서러웁다 뚜물같이 흐린 날 동풍이 설렌다 거적장사..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4.22
북어 - 최승호 북어 - 최승호 밤의 식료품 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