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 백석 국수 - 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러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2.26
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2.26
동태의 기억력 - 박상현 동태의 기억력 - 錦脈 박상현 동태에게 명태 시절의 기억을 물으면 한 마디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동태의 머리를 툭툭 치며 한심하다고 야단치지 마라! 기억을 되살려 준다며 동해로 질질 끌고 가지도 마라! 동태는 기억이 안 나서 대답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입이 얼어서 대답..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2.20
몬드리안의 담요 - 배세복 [2014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몬드리안의 담요 / 배세복 성큼성큼 들어와 붉은 사각형을 담요에 던지며 그가 말했다 너희들에게 어울리는 빛이야 그때부터 그는 우리집 벽에 살았다 어느 해 나는 내 서재를 한 번도 열어주지 않으면서도 간신히 아내의 장롱 속에 들어간 적 있다 캄..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2.11
뒷굽 - 허형만 뒷굽 - 허형만(1945∼) 구두 뒷굽이 닳아 그믐달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수선집 주인이 뒷굽을 뜯어내며 참 오래도 신으셨네요 하는 말이 참 오래도 사시네요 하는 말로 들렸다가 참 오래도 기울어지셨네요 하는 말로 바뀌어 들렸다 수선집 주인이 좌빨이네요 할까봐 겁났고 우빨이네요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1.23
느낌 - 이성복 느낌 - 이성복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1.16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 이생진(백석과 김영한 여사에 대한 시)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 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백석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김영한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1.07
난곡동 - 윤명수 난곡동 - 윤명수 달동네에는 달이 살지 않는다 하루는 먹고 하루는 굶는다 저녁을 굶어서 밤은 길다 달이 가까워서 태양이 가까워서 더 춥다 양지에도 음기가 흘러 아무렇게 짜깁기한 집들의 무질서가 컥컥 숨통을 막는다 새끼줄로 연탄을 코뚜레 하고 가는 사람들 이 동네는 연탄재마저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1.07
별국 - 공광규 별국 - 공광규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 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치는 맑은 국.. 詩 詩 詩.....♡/달 별 풀 꽃 새 2014.01.07
얼굴을 쓰다듬으며 - 차주일 얼굴을 쓰다듬으며 - 차주일 겉표지에 내심이라는 갑골문을 구기면 만화경처럼 연쇄 굴절되는 얼굴 생각도 말도 걸음도 손동작도 얼굴 속의 품사일 뿐 얼굴은 타인만 읽을 수 있는 내심의 정본 손끝으로 눈물방울만 한 쌀알을 고르며 미래를 엿보는 용한 점쟁이는 관상보다도 구겨진 주..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