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고구마들 - 이경림 고구마, 고구마들 ― 이경림(1947∼) 자, 이 고구마를 먹어치우자 불그죽죽한 껍질을 벗기고 노오란 속살을 먹어치우자 속살같이 들큰한 시간을 먹어치우고 허벅한 뒷맛도 먹어치우자 뽀오얀 접시 위에 놓인, 아니 넓적한 탁자 위에 놓인, 아니 더러운 마룻장 위에 놓인, 아니 컴컴한 구들..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7.03
바위 - 유치환 바위 -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哀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 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먼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7.02
그해 겨울 - 김선굉 그해 겨울 ㅡ 김선굉(1952~ ) 내 고향 청기마을 앞에는 참 이쁜 동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참말로 이쁘게 흘러가는 시냇물입니다. 내가 태어나기 여러 해 전 어느 추운 겨울날 젊은 어머니는 동천에 가서 빨래를 했습니다. 얼음이 엷게 언 시냇가에 자리를 잡고 툭툭 얼음을 깨면, 그 아래로 ..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6.30
영하의 날들, 페이드 아웃 - 권상진 영하의 날들 - 권상진 이 골목은 열대의 모세혈관 쪽문 깊숙한 곳까지 폭염을 나르던 적도의 시간들이 출구를 헤매는 골방에서 노인은 지팡이와 함께 싸늘하게 발견 되었다 직립의 시간은 끝난 지 이미 오래인 듯 폭염을 등에 진 채 골방에 ㄱ 자로 누운, 저 경건한 자세가 되기까지 열대..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6.28
전문가(專門家) - 기형도 전문가(專門家) - 기형도 이사온 그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그의 집 담장들은 모두 빛나는 유리들로 세워졌다 골목에서 놀고 있는 부주의한 아이들이 잠깐의 실수 때문에 풍성한 햇빛을 복사해내는 그 유리담장을 박살내곤 했다 그러나 얘들아, 상관없다 유리는 또 갈아끼우면 되지 마음껏..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6.28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우울한 샹송 - 이수익 (낭송 / 김미숙) 우울한 샹송 / 이수익 (낭송 김미숙)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수가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이 풀잎되어 젖은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 詩 詩 詩.....♡/사 랑 그 리 고 2014.06.27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 詩 詩 詩.....♡/달 별 풀 꽃 새 2014.06.26
갈대는 배후가 없다 - 임영조 갈대는 배후가 없다 - 임영조 청량한 가을볕에 피를 말린다 소슬한 바람으로 살을 말린다 비천한 습지에 뿌리를 박고 푸른 날을 세우고 가슴 설레던 고뇌와 욕정과 분노에 떨던 젊은 날의 속된 꿈을 말린다 비로소 철이 들어 禪門에 들듯 젖은 몸을 말리고 속을 비운다 말리면 말린 만큼 .. 詩 詩 詩.....♡/달 별 풀 꽃 새 2014.06.25
여승(女僧) - 백석 여승(女僧) - 백석 여승은 함장하고 절을 한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 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詩 詩 詩.....♡/ 백 석 & 형 도 2014.06.25
완화삼(玩花衫)과 나그네 - 조지훈/ 박목월 완화삼(玩花衫) - 木月에게 - 조지훈 차운산 바위 위에 하늘은 멀어 산새가 구슬피 울음 운다. 구름 흘러가는 물길은 칠백 리(七百里) 나그네 긴 소매 꽃잎에 젖어 술 익는 강마을의 저녁 노을이여. 이 밤 자면 저 마을에 꽃은 지리라. 다정하고 한 많음도 병인 양하여 달빛 아래 고요히 흔.. 詩 詩 詩.....♡/떠 오 르 는 詩 2014.06.25